'로코 장인'들이 각 잡고 질투하면 벌어지는 일
지난 1997년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 <초록물고기>가 개봉했을 때 관객들은 한석규와 문성근, 심혜진 외에 또 한 명의 배우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바로 배태곤의 부하 판수를 연기한 송강호였다. 당시 관객들은 송강호의 연기를 보며 "어디서 '현역깡패'를 데리고 왔나?"라고 의심의 시선을 보냈지만 사실 송강호는 대중적 인지도가 적었을 뿐 1990년대 초반부터 연극 무대에서 꾸준히 내공을 쌓아온 배우였다.
2020년 의대 동기 5명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조정석과 정경호, 유연석, 김대명 등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신경외과 교수 채송화 역의 전미도는 대중들에게 크게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전미도 역시 2006년부터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며 한국 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 2회, 관객이 뽑은 최고의 연극배우 3회 수상에 빛나는 최고의 여성 뮤지컬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익숙하지 않았던 배우들이 알고 보면 만만치 않은 연기 경력을 가진 것이 뒤늦게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2020년 tvN 드라마 <여신강림>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도약한 배우 문가영도 2000년대 중반부터 활동했던 아역 배우 출신이다. 그리고 지난 2016년에 방송된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은 문가영이 데뷔 10년 만에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었다.
아역으로 데뷔해 백상 최우수상 배우로 성장
독일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으로 귀국한 문가영은 2006년 영화 <스승의 은혜>로 데뷔해 드라마 <내 결에 있어>, <궁S>, <메리대구 공방전>, <자명고>, <친구,우리들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아역 배우로 활동했다. 문가영은 2013년 KBS 주말드라마 <왕가네 식구들>에서 왕씨 5남매의 넷째 딸이자 대한민국 최초의 여자 선장을 꿈꾸며 해양대에 진학하려다 어머니와 갈등하는 왕해박 역을 맡았다.
2015년 웹드라마 <우리 옆집에 EXO가 산다>를 통해 처음 주연을 맡은 문가영은 2016년 SBS 수목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두 명의 어머니를 가진 화신(조정석 분)의 조카 이빨강을 연기했다. 빨강은 조연 캐릭터였음에도 개성 있는 이름과 성격, 문가영의 좋은 연기를 만나 주연들 못지 않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질투의 화신>은 이제 막 성인이 된 문가영이라는 배우를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
문가영은 2018년 프랑스 소설 원작의 MBC 월화드라마 <위대한 유혹자>에 이어 2019년 jtbc 드라마 <으라차차 와이키키2>에 출연했고 2020년에는 <그 남자의 기억법>을 통해 첫 지상파 드라마 메인 주연을 맡았다. <그 남자의 기억법>은 썩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세심한 연출과 배우들의 좋은 연기로 호평을 받았고 문가영은 그 해 MBC 연기대상에서 김동욱과 함께 베스트 커플상을 수상했다.
그렇게 착실히 경력을 쌓던 문가영은 2020년 연말 차은우와 함께 출연한 tvN 드라마 <여신강림>을 통해 일약 '글로벌 스타'로 도약했다. <여신강림>은 무려 10억 시간이 넘는 누적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2023년 이후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누적 시청시간 4위를 기록했다(플릭스 패트롤 자료 기준). 문가영은 2022년 jtbc의 <사랑의 이해>에서도 좋은 연기를 선보이며 주연 배우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작년 tvN의 <그놈은 흑염룡>과 <서초동>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간 문가영은 작년 연말에 개봉한 영화 <만약에 우리>를 통해 260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작은 이변을 일으켰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 <만약에 우리>에서 열연을 펼치며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여자 최우수상을 수상한 문가영은 내년 허진호 감독이 연출하는 tvN 드라마 <고래별>에서 최우식과 연기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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