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유 좔좔 흐르는 토마토, 피로가 녹는 로마의 맛

(이전 기사 : 60대 부부의 52일 이탈리아 여행, 이렇게 시작됐습니다에서 이어집니다.)
포로 로마노에서 나와 베네치아 광장으로 향했다. 베네치아 광장까지 지도 앱을 따라 걸어가는데 공사 중인 구간이 많은 데다 길이 너무 복잡해 자꾸 다른 길로 들어선다. 땡볕에 자꾸 헛걸음까지 하다 보니 슬슬 지쳐갔다. 또 잘못 찾은 길인가 하며 지도에 떨군 고개를 든 순간, 예상치 못한 거대하고 아름다운 기둥이 나타났다. 정교한 조각으로 옷을 입은 트라야누스 원주(Colonna Traiana)다.
트라야누스 원주는 서기 113년에 로마 황제 트라야누스가 전쟁에서 승리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기둥이다. 높이가 30미터에 달하고, 기둥의 외벽을 따라 나선형으로 올라가는데 각기 다른 부조의 인물상이 놀라울만치 정교하고 생생하다. 원주에 새긴 전쟁의 장면들은 물론 인물 하나하나의 자세와 표정이 모두 다르다. 부조임에도 그 입체감이 너무 놀라워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베네치아 광장으로
한참을 걸어 드디어 베네치아 광장(Palazzo Venezia)에 도착했다. 드넓은 광장을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규모가 작다. 로마의 중심부에 있는 이 광장은 과거 베네치아 공화국 대사관(베네치아 궁전) 바로 앞에 있었기에 베네치아 광장으로 불린다. 광장 중앙의 흰색 대리석 건물은 이탈리아 통일을 이룬 첫 번째 왕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기념관(일명 '조국의 제단')이다. 계단을 올라 말을 탄 청동상의 뒷모습을 보니 아래를 굽어보며 천하를 호령 하는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결기에 찬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통일기념관으로 들어서니 카페가 보인다. 발걸음이 절로 빨라진다. 시원한 맥주를 주문해 한 잔 쭉 들이켰다. 목구멍으로 콸콸 잘도 넘어간다. 사방을 둘러보니 좀 전에 보고 온 콜로세움을 비롯해 포로 로마노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맥주 맛은 좋으나 여기까지. 더할 나위 없이 전망 좋은 이 카페에서 맥주를 더 들이켜기엔 가격이 너무 비싸다.
카피톨리노 박물관은 로마 캄피돌리오 언덕 꼭대기에 있는데 언덕 위 캄피톨리오 광장을 설계한 이는 우리에게 익숙한 부오나로티 미켈란젤로다. 미켈란젤로는 광장에 이르는 계단의 경사를 완만하게 설계했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넓어진다. 천천히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어렵지 않게 광장에 다다르게 되는데 그 연결이 매우 자연스럽다. 광장에 이르면 건물들은 사다리꼴로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배치가 시각적으로 광장을 넓게 느껴지게 한다.
광장 정면에 궁전(현재는 시장 관저)이 있고 양쪽으로 또 다른 두 개의 궁전이 마주 보고 있다. 세나토리오 궁전, 콘세르바토리 궁전, 그리고 누오보 궁전이 지하 회랑으로 연결되어 지금은 하나의 박물관 단지를 이루고 있다.
박물관에 들어가려고 로마 패스(Roma Pass) 앱을 켰다. 로마 패스는 로마 여행객들을 위해 대중교통과 주요 관광지 입장 혹은 할인이 가능한 통합 패스이다. 하나로 해결할 수 있어 편리하고 비용도 절약할 수 있기에 여행을 준비하며 미리 구매해 두었다. 그런데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지 앱에서 티켓이 안 열린다. 인터넷이 안되니 답답하고 막막하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난감해 하다가 입구의 경비원에게 앱을 보여 주었다. 사무실로 가보라고 한다. 가서 사무실 직원에게 보여주니 종이 티켓을 발급해 준다. 입장부터 아주 난감이다.
고대 로마 조각상들을 둘러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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