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상담은 누구의 역할인가
1편 심리상담은 누구의 역할인가
2편 심리적 응급처치·카운슬링·심리치료… 다 같은 '심리상담'인가
3편 같은 '정신건강전문요원', 서로 다른 전문 역량?
한 줄을 둘러싼 충돌
대통령이 "전 세계적으로 이런 망신도 없다"며 자살률을 직접 겨눈 나라. 정부는 "모두가 모두를 지키는 사회"를 내걸고 10년 안에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정작 그 약속의 최전선에 설 '심리상담'을 누가 할 수 있느냐를 두고 정부의 또 다른 정책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발단은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의 [별표2] 속 단 한 줄이다.
현행 시행령은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업무를 두 갈래로 나눈다. 네 직역이 함께 하는 '공통업무' 아홉 가지, 그리고 직역마다 따로 정해진 '개별업무'다. 이 개별업무 칸에서 '심리상담 및 심리 안정을 위한 서비스 지원'은 오직 정신건강임상심리사 항목에만 적혀 있다. 간호사에게는 간호 활동이, 사회복지사에게는 사회복지서비스 상담·안내가, 작업치료사에게는 작업치료가 각각의 몫으로 배정돼 있다.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개정안은 이 '심리상담'을 임상심리사의 개별업무에서 빼내 네 직역 모두의 공통업무로 옮기려는 것이다. 한 직역의 고유 영역이던 일을 모두의 일로 바꾸는 셈이다.
작은 문구 하나처럼 보이지만 파장은 작지 않았다. 한국임상심리학회는 즉각 반대 입장을 내고 반대 서명운동과 정책토론회를 통해 "전문성을 흐리는 졸속 개정"이라 했고, 반대편에서는 대한간호협회 정신간호사회, 한국정신건강사회복지사협회, 정신건강작업치료사회 등이 "현장 실무와 법의 괴리를 바로잡는 정상화"라고 했다.
왜 한 줄이 이렇게 큰 논쟁으로 번졌을까. 답은 이 제도가 처음 어떻게 설계됐고, 그동안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따라가 보면 드러난다.
1995년, 정신건강 인력 제도의 기원
우리나라 정신건강 인력 제도의 출발점은 1995년 12월 제정된 정신보건법이다. 이듬해 시행된 이 법은 그전까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서 방치되던 정신질환자 문제에 처음으로 국가의 틀을 씌웠다. 미인가 시설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입원과 퇴원의 절차를 규정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이 법과 함께 정신보건전문요원(현 정신건강전문요원) 제도가 만들어졌다. 처음부터 이 자격은 하나로 통합된 정신건강 제너럴리스트(generalist)가 아니라, 출신 학문에 따라 나뉜 직역별 전문가(professional) 체계로 설계됐다. 임상심리·간호·사회복지가 각각의 전공을 기반으로 별도의 수련을 거쳐 자격을 얻는 구조다.
이 설계 사상은 이번 논쟁의 뿌리이기도 하다. 임상심리학회 측이 "심리상담을 임상심리사의 개별업무로 둔 것은 전공별로 역할이 달라야 한다는 낡은 발상이 아니라, 자격 명칭에 걸맞게 직역별 전문가를 길러내려는 입법적 결정"이라고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사회복지·간호 직역은 같은 사실을 두고 "30년간 각 직역이 협력해 온 공동 체계가 제도의 기본 방향"이라고 해석한다. 같은 출발점을 보는 시선이 이미 갈린다.
중증 환자를 위해 만든 제도
그렇다면 이 제도는 애초에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가. 출발점에서의 목적은 분명했다. 만성 조현병 같은 중증 정신질환자의 치료와 재활, 그리고 이들의 사회 복귀였다. 시행령 [별표2]의 공통업무 목록을 지금 펼쳐 봐도 그 흔적이 또렷하다. ▲정신재활시설의 운영, ▲재활훈련·생활훈련 및 작업훈련, ▲사회적응 및 재활을 위한 활동 같은 항목이 줄을 잇는다. 전문요원들이 주로 만나던 대상은 지역사회로 돌아가야 할 중증 질환자였고, 제도의 업무 구조도 이들을 어떻게 재활시키느냐가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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