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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도 없이 바삭하게 냠냠, 냉장고 속 재료의 대변신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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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도 없이 바삭하게 냠냠, 냉장고 속 재료의 대변신

새벽배송은 참 편리하다. 밤늦게 장바구니에 담은 식재료가 다음 날 아침이면 문 앞에 와 있다. 하지만 그 편리함이 늘 좋은 결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요즘처럼 장바구니 물가가 무서울 때는 식재료 하나도 쉽게 버릴 수 없다. 장보기가 점점 쉬워지면서 손가락 몇 번만 움직이면 필요한 식재료가 다음 날 문 앞에 놓인다.

편리함 덕분에 충동 구매도 쉬워졌고, 그만큼 냉장고에서 잊히는 식재료도 늘어난 것 같다. 어릴 적부터 머릿속에는 늘 '오늘은 뭘 먹을까'가 자리 잡고 있었다. 내 주방이 생긴 뒤에는 그 질문이 조금 달라져 '냉장고에 있는 재료로 내일은 뭘 만들까'가 되었다. 새내기 주부 시절에는 레시피를 검색하다 잠드는 날이 많았고, 배가 고픈 밤이면 요리에 대한 열정이 더 커졌다.

한 가지 재료로 뚝딱 만든 세 가지 결과물

지난주에도 그랬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저녁을 굶었더니 밤이 되자 배는 더 고파졌고, 머릿속은 온통 음식 생각 뿐이었다. 마침 토마토가 저렴해 소스를 잔뜩 만들어 냉동해 뒀다. 그 소스로 함박스테이크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맛있게 먹었던 토마토 카레의 여운이 아직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함께 먹으면 근사할 거라 생각이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내일 사야지' 하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을 거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스마트폰을 들고 쇼핑 앱을 열었다. 간 돼지고기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소고기는 비싸서 다음날 시장에서 사기로 하고, 모자란 배송비를 맞추려고 몇 가지를 더 골랐다. 결제 버튼 하나로 끝이었다.

다음날 아침 7시 전에 재료가 문 앞에 와 있었다. 클릭이 내 열정을 현실로 끌어당긴 것이다. 그러나 세상의 편리함이 사람의 아침 입맛까지 책임져 주지는 않았다. 밤에는 세상에서 가장 의욕 넘치는 요리사였지만, 아침이 되자 입맛도 없고 만들기도 귀찮았다. 요리의 열정은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다. 결국 소고기는 끝내 사러 나가지 않았고, 주말엔 외식을 택했다.

전날 밤의 야심과 함께 배달된 돼지고기는 냉장고 안에서 사흘 동안 잊혀 가고 있었다. 더 이상 냉장고엔 둘 수 없었다. 냉동실에 넣기는 아까워, 카레소스에 카라멜라이즈 양파까지 만드는 원래 계획은 포기했다. 대신 일단 패티 반죽부터 만들기로 했다.

집에 있는 양파와 당근, 대파를 잘게 다지고 아이가 잘 먹지 않는 표고버섯도 곱게 다져 넣었다. 버섯을 싫어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면서도, 아이에게는 한입이라도 더 먹이고 싶은 것이 엄마 마음이다. 고기 1kg에 채소까지 더해 반죽을 치대다 보니 양이 꽤 많았다.

'어차피 기름을 쓸 거라면 한 번에 두 가지를 만들자.'

난젠완쯔(난자완스)와 멘치카츠 그리고 남은 패티는 냉동 한 가지 재료가 세 가지 결과물이 됐다. 요리를 해야만 했던 상황이 일석삼조의 기회가 된 것이다. 요즘은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이 환경을 위한 실천인 동시에 가계를 위한 절약이기도 하다. 멋있는 '제로 웨이스트'라는 단어를 이렇게 냉장고 속 식재료를 끝까지 활용하는 것으로도 실현할 수 있었다.

집 안 가득 고소한 냄새가 퍼졌다. 간장, 굴소스 양념에 재빨리 볶아낸 난젠완쯔(난자완스)는 중식 특식이 됐고, 멘치카츠는 소스도 없이 바삭하게 먹었다. 냉동 패티는 바쁜 날 식탁을 책임질 것이다. 평범한 평일 저녁이 뜻밖의 특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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