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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살해협박 피해서 왔는데... '그래도 난민은 안 된다'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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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살해협박 피해서 왔는데... '그래도 난민은 안 된다'는 사회

트랜스젠더 박해를 피해 도망친 난민신청자

A(가명)는 말레이시아 국적의 무슬림 트랜스젠더 여성으로, 아버지와 아버지의 사망 후에 가장이 된 친오빠로부터 극심한 혐오 폭력을 겪었다. 국가에 피해를 호소하고 구제받을 길도 없었다. 말레이시아 연방 형법과 주별 샤리아 형법이 규범적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벗어난 자기표현 및 성/관계 양식을 범죄로 규정하고, 벌금형, 태형, 투옥형 등으로 처벌하기 때문이다.

공문서상 성별이 남성인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이른바 여성의 복장을 하는 것 또한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트랜스젠더 여성은 표적이 되기 쉽다. 친오빠의 폭행과 살해협박은 계속됐고, 공권력의 성소수자 탄압도 잇따랐다. A는 도망치기로 했다. 지인이 한국을 추천했고, 그렇게 한국에 도착했다. 2017년 여름이었다.

묵고 있던 게스트하우스의 어떤 손님이 A의 사정을 듣고 난민신청을 권유했다. 그의 도움으로 난민신청을 했다. 신청서를 쓰는데 괴로운 과거가 무수히 되살아났다. 신청 사유를 기입하며 내내 울었다. 그러나 절박한 심정으로 신청한 난민심사는 짧은 면접이 다였다. 통역도 A가 구사하는 언어가 아니라, 비슷하되 같지 않은 인접 언어로 이루어졌다. 결과는 난민지위불인정. 2018년이 저물고 있었다.

이의신청을 했다. 난민위원회는 면접에 그래도 몇 시간을 들였다. 타국에서 가슴 수술을 하고 귀국해서도 그것을 숨기고 남자 행세를 해야만 기본적인 사회 생활이 가능했던 국적국의 적대적 환경, 숨기고 사는 가슴마저 되돌리라고 강요하며 여자이려거든 차라리 자기 손에 죽을 각오를 하라던 폭압적 친오빠, 친오빠가 경찰이라는 사실이 가중시킨 통제와 단속과 처벌의 공포에 대해, A는 복받치는 감정을 다스려가며 최선을 다하여 진술했다. 하지만 난민위원회가 내린 결정은 또다시 난민불인정. 어느덧 2019년도 세밑이었다.

소수자난민인권네트워크는 A가 난민불인정결정으로 막막해 하던 2020년 초 그와 처음 만났다. 당시 법무부 난민과에서 A를 성심껏 도왔던 담당자의 소개를 통해서였다. A에게 우리는 그가 한국에 들어와 난민신청을 한 이후 2년 반이 지나서야 가까스로 관계 맺게 된 한국 사회의 본격적인 지지망이었다.

남다른 친화력의 보유자인 A는 거주하던 이태원과 보광동 일대에서 상인들과도 제법 교류했고, 서로 '우리'를 알아보는 눈치 빠른 퀴어 주민들로부터 보살핌도 받았으며, 같은 국가 출신 트랜스젠더 여성들과도 일상과 일자리 정보 들을 나누는 등 가까이 지냈으나, 난민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노력하는 과정의 실무적 조력자이자 동료로는 우리가 처음이었다.

A는 한국에서 난민인정을 받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난민불인정결정취소를 청구하는 행정 소송을 결심했다. 공익변호사의 법률 지원도 받게 되었다. 소송은 쉽지 않았다. 난민신청서, 난민면접조서, 법정 증언 등에서의 세부 사항 불일치나 번복 등의 이유로 A는 진술의 신빙성을 의심받았다. 재판부는 원고가 떠나온 고국에서 제도적 성소수자 탄압이 심각하다는 정황을 인정하면서도, A가 본인의 트랜스젠더 정체성 뿐만 아니라, 귀국했을 때 트랜스젠더로서 박해받을 가능성에 대한 공포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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