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용 계정으로 포털에 '가짜 후기' 2만 8천 건…19억 챙긴 광고업체
"결혼기념일이라 신경 써서 예약했는데 정말 넓고 깔끔해서 좋았다", "갈빗살을 주문해 먹었는데 부드럽고 맛있었다"
포털사이트에 카페나 식당, 병원 등을 검색하면 쉽게 볼 수 있는 이용 후기들이 광고주와 광고 실행사, 매크로 프로그램 개발사들이 거액의 돈을 주고받으며 조직적으로 작성한 허위 후기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업무방해 등 혐의로 광고업체 관계자와 광고주 등 24명을 검거하고, 이 가운데 실행사 역할을 한 A광고업체의 실질적 운영자 B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2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검색 순위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도용한 계정을 이용해 병원과 음식점, 카페, 미용업소, 숙박업소 등 700여 개 업체를 대상으로 허위 후기 2만 8886건을 작성해 19억 원 상당의 수익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간 적 없는 곳인데…" 계정 도용 신고로 범행 드러나
이번 수사는 계정 해킹 신고에서 시작됐다. "계정이 도용됐다"는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피해자 계정을 통해 타인 명의로 숙박시설에서 소액 결제된 기록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피해자가 가본 적 없는 숙박시설에 버젓이 실제 방문자인 것처럼 후기가 남겨져 있었다.
알고 보니 일부 숙박업체들은 숙박비를 천 원 단위의 소액으로 결제할 수 있도록 결제창을 열어뒀고, 실행사인 A업체 직원들은 소액을 결제한 뒤 도용된 계정을 통해 허위 후기를 남겼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병원과 음식점 등은 손님이 버리고 간 영수증과 사진을 광고업체에 전달하며 광고를 의뢰하면, A업체는 직원 지인이나 구직사이트 등을 통해 모집한 후기 작성자에게 실제 이용자인 것처럼 후기를 작성하도록 하고 1건당 700~800원 상당을 지급하기도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 조사 결과 작성자들은 한 달에 평균 40건가량의 허위 후기를 작성했고, 많게는 무려 3600건 넘게 작성한 사례도 확인됐다.
대행사·실행사·개발사까지…분업화된 '후기 공장'
범행은 각자 역할을 나눠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대행사는 전국 업체에 연락해 광고주를 모집했고 광고주는 광고비를 결제하며 결제 영수증과 사진을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전국 수백여 곳 업체로부터 광고를 의뢰받은 대행사는 A업체 등 실행사에 작업비를 전달하며 허위 후기를 작성하도록 지시했고, 실행사는 텔레그램을 통해 타인의 계정을 대량 구매한 뒤 후기 작성을 위해 도용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실행사는 개발사가 포털사이트 보안망을 우회하는 IP 변작 프로그램과 매크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유지보수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개발사는 전달받은 도용 계정들을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돌려 로그인이 가능한 계정들을 골라내 실행사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실행사인 A업체가 챙긴 범죄수익 가운데 17억 8500만 원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조치하고 해당 온라인 플랫폼에 도용 계정 정보를 전달해 계정 보호 조치를 하도록 했다. 또 광고주와 실행사 간 연결고리에 대한 수사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허위 후기가 실제 이용 후기와 구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교하게 작성돼 소비자가 허위 여부를 가려내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후기 내용이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비슷한 표현이 반복될 경우 허위 후기임을 의심해 볼 필요는 있지만, 일반 소비자가 허위 여부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며 "후기 조작 행위는 다수의 정직한 자영업자의 기회를 박탈하고 소비자들을 속이는 중대한 범죄인 만큼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