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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의 무지·왜곡, 한국 반도체산업 위험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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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언론의 무지·왜곡, 한국 반도체산업 위험하게 만든다

[사설] 반도체 클러스터 "정권 임기 내 완공", 52시간 규제부터 풀라 – 조선일보

[사설] '메가 특구' 주 52시간 예외 검토… 지역 국한할 이유 없다 - 동아일보

최근 보수 언론이 연이어 내놓은 사설 제목입니다. 마치 입을 맞춘 듯 반도체 산업을 살리기 위해 당장 주 52시간 근무제를 풀어야 한다고 외칩니다. '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근로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규제라는 족쇄를 풀어줘야 한다'가 그들 주장의 핵심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없애고 노동자를 더 오래 일하게 만들면 대한민국 반도체의 경쟁력이 강화될까요? 해당 기업들은 진정 52시간 규제 해제가 핵심 쟁점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반도체 산업의 생태계도, 현장의 현실도 전혀 모르는 무지의 소산일 뿐입니다.

애플이 보낸 협력업체 행동 수칙

저는 얼마 전까지 유럽 최대의 시스템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에서 10년 동안 매니저로 근무했습니다. 당시 저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부하직원들의 기술적 성과를 관리하는 것 못지않게, 그들의 근무 시간을 철저히 감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각이나 조퇴를 단속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정해진 시간보다 일을 더 하는 것을 막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매주 금요일이 되면 관리 시스템을 켜고 팀원들의 누적 근로시간을 확인했습니다. 만약 어떤 엔지니어가 열정을 불태우며 주 60시간에 육박하게 일하고 있다면, 당장 연락해 강제로 퇴근시켜야 했습니다. 만에 하나 누군가 회사가 정한 노동시간을 초과하게 되면 매니저인 제가 직접 사유서를 써야 했으니까요.

이유는 단 하나, 글로벌 고객사들이 이를 엄격하게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미국 애플은 매년 협력업체들에게 반드시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인 "Apple 협력업체 행동 수칙 및 협력업체 책임 기준(Apple Supplier Code of Conduct)"을 업데이트하여 제공합니다.

2025년 버전 기준 109페이지에 달하는 이 문서에서 애플이 가장 촘촘하게 관리하는 항목이 바로 근무 시간 관리입니다. 애플의 기준에 따르면 일부 특수 직무나 예측 불가능한 긴급 상황을 제외하고, 연장 근로와 잔업을 모두 더해도 주당 근무 시간은 최대 60시간을 초과할 수 없습니다.

또한 협력업체는 매 5시간 작업 후 최소 30분의 식사 시간을 제공해야 하며, 기본적인 화장실 이동이나 물 섭취 같은 생물학적 휴식과 합리적인 종교적 편의(예: 기도 시간)를 무제한 유급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오리엔테이션, 생산 계획 회의, 일일 마감 회의 등 모든 의무 교육과 회의는 반드시 정규 교대 근무 시간 중에만 이루어져야 합니다. 심지어 출퇴근 기록을 위해 줄을 서거나 시설 출입 전 보안 검사를 통과하기 위해 대기하는 시간이 15분을 초과하면 이 또한 근무 시간에 포함해야 합니다.

애플은 이 기준을 서류로만 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매년 전문 감사관을 파견해 불시에 실사를 벌입니다. 저 역시 매년 이 까다로운 실사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애플이 이토록 노동시간과 인권 관리에 집착하게 된 계기는 2010년을 전후해 발생한 최대 위탁생산 협력업체인 중국 폭스콘 공장의 연쇄 투신자살 사건이었습니다.

당시 폭스콘은 주당 100시간이 넘는 살인적인 강제 초과근무와 군대식 통제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특히 신제품 출시 시즌이 되면 엔지니어와 생산직 노동자들은 극심한 격무에 시달렸습니다. 이로 인해 젊은 노동자들이 연이어 목숨을 끊는 비극이 발생했으나, 사측이 내놓은 대책이 고작 '추락 방지용 그물망 설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전 세계적인 공분을 샀습니다.

비난의 화살은 원청인 애플로 향했고, 애플에는 '피 묻은 아이폰'이라는 오명이 붙었습니다. 브랜드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은 애플은 이후 공급망 행동 수칙을 강화하고, 이를 위반하는 업체와는 즉각 거래를 끊는 강력한 페널티를 도입했습니다. 애플의 6대 핵심 규칙 중 첫 번째가 바로 '노동 및 인권'이며, 그 중심에 노동시간 준수가 있는 이유입니다.

팹(Fab: Fabrication Facility)은 제조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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