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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과 신문지로 꽁꽁, 83세 엄마가 딸에게 건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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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과 신문지로 꽁꽁, 83세 엄마가 딸에게 건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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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엄마에게서 또 꽃 사진이 왔다. 휴대전화 카카오톡 알림을 열자 하얀 백합이 화면 가득 피어 있었다. 어떤 날은 수국이고, 어떤 날은 백합이다. 꽃이 피었다는 소식과 함께 "예쁘지?"라는 말 대신 사진 한 장이 도착한다. 사진을 보는 순간, 엄마가 꽃 앞에 서서 얼마나 오래 바라보셨을지 자연스레 그려진다. 꽃을 좋아하는 딸들이 먼저 떠올라 보내셨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올해 여든셋이 된 엄마다. 엄마는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다루신다. 산책길에서 마음에 드는 풍경을 만나면 사진을 찍어 보내신다. 사진 구도도 나보다 훨씬 좋다. 햇살이 가장 예쁜 방향을 찾고, 꽃이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자리를 고르신다. 처음에는 "사진을 참 잘 찍으신다"고만 생각 했다. 요즘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 엄마는 꽃을 찍는 것이 아니라, 꽃을 바라보는 시간을 사진으로 보내고 계셨던 것이다.

사진을 보는 순간 지난주 병원에 다녀온 날이 떠올랐다. 한 달 전쯤 엄마의 혈압이 많이 높아졌다. 오랫동안 같은 혈압약을 드셨는데도 수치가 쉽게 내려가지 않았다. 결국 대학병원을 예약했고 여러 검사를 받은 뒤 하루 한 번 드시던 약을 아침 저녁으로 늘려 복용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는 내가 함께 병원에 다녀왔다.

"혈압이 점차 안정을 찾고 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을 놓았다. 대신 더운 날씨에는 기력이 떨어질 수 있으니 잘 드시고, 충분히 쉬고, 잠도 푹 주무시라는 당부를 들었다. 병원을 나와 엄마와 안양천을 걸었다. 벚꽃이 지고 초록 가로수길이 된 산책길이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걷는데 백합은 아직 단단히 꽃봉오리를 닫고 있었다. 엄마가 발걸음을 멈추셨다.

"백합이 피면 여기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몰라."

잠시 꽃봉오리를 바라보시더니 말씀하셨다.

"피면 사진 보내줄게."

그렇게 오늘 아침 정말 사진이 도착했다. 하얗게 핀 백합들이 여름 하늘 아래 환하게 웃고 있었다. 엄마는 약속을 잊지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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