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바바, 'AI 에이전트'에게 결제권 준다
지난 5월 말 알리바바그룹에서 상당히 인상적인 두 가지 발표가 잇따라 나왔습니다. 하나는 알리페이가 AI 에이전트 결제 기능을 출시한 지 3개월 만에 3억 건의 거래를 돌파했다는 소식입니다. 다른 하나는 중국이 아닌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리바바닷컴(Alibaba.com)이 지마켓 셀러 60만 명을 AI 에이전트(액시오 워크) 로 운영하게 하겠다고 밝힌 내용입니다.
(※ 지난 2025년 9월,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 인터내셔널이 공동 설립한 조인트벤처(JV) '그랜드오푸스홀딩'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아 공식 출범했습니다. 이로서 G마켓이 신세계·알리바바 산하로 편입됐습니다.)
언뜻 별개로 보이는 이 두 사건은 사실 하나의 흐름을 관통합니다. 상거래의 주체가 인간에서 AI 에이전트로 이동하고 있다는 결정적 신호입니다.
H2H의 종말, A2A의 개막
지금까지 모든 전자상거래는 결국 인간과 인간의 거래, 즉 H2H(Human to Human) 구조였습니다. AI는 추천 알고리즘이나 챗봇 수준에 머물렀고 결제와 계약의 주체는 반드시 인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알리페이의 에이전트 결제 3억 건과 액시오 워크(Accio Work)의 등장은 이 전제를 흔들고 있습니다.
셀러가 직접 상품을 소싱하고 바이어가 직접 결제하는 것이 아니라, 에이전트끼리 만나 흥정하고 계약하며 대금까지 정산하는 A2A(Agent to Agent) 구조가 상용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것은 단순한 자동화가 아니라 경제 활동의 주체 자체가 바뀌는 패러다임의 전환입니다.
보이지 않는 결제, 사라지는 업무
과거 디지털 결제의 혁신은 '얼마나 빠르고 간편하게 인간이 결제하는가'에 집중했습니다. 알리페이가 밝힌 AI 결제의 본질은 결제 행위 자체를 인간의 시야에서 완전히 지워버리는 데 있습니다. 사용자는 에이전트를 통해 스마트폰이나 PC 뿐만 아니라 AI 안경이나 자동차 안에서 별도의 승인 없이도 거래를 완료할 수 있습니다.
앤트그룹(Ant Group, 蚂蚁集团) AI페이 총괄 주린(朱林)이 설계한 세 가지 승인 모델, 즉 건별 확인, 규칙 기반 자동 결제, 에이전트 금액 위임은 사용자에게 통제권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 결제에서 사람의 개입을 점점 더 밖으로 밀어냅니다.
동시에 액시오 워크는 시장 조사, 통관 서류, 바이어 응대라는 눈에 보이는 업무를 AI가 백그라운드에서 처리합니다. 게다가 까다로운 국가간의 세법 문제도 해결해 줍니다. 결제의 무형화와 업무의 무인화가 동시에 진행되며 인간은 '의도와 결과'로써 존재하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데이터를 넘어선 록인 — 에이전트 의존성의 함정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록인(Lock-in)은 오래된 전략입니다. 고객 데이터와 판매 실적이 쌓이면 셀러는 쉽게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지 못합니다.
그러나 액시오 워크가 보여주는 록인은 한 차원 더 강력합니다.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셀러의 업무 프로세스 전체, 즉 내일 아침에 올릴 상품 기획, 해외 바이어에게 보낼 협상 이메일, 각국 세율에 맞춘 가격 계산이라는 생각의 흐름 자체가 AI에 연결됩니다. 이런 의존성이 형성되면 다른 플랫폼으로의 이탈이 쉽지 않게 됩니다.
같은 기간 발표된 네이버의 쇼핑 AI 에이전트와의 비교는 불가피합니다. 네이버가 개인화 상품 탐색·추천, 대화형 쇼핑, 최저가 비교라는 '소비자 경험의 정교화'에 집중하는 반면, 알리바바는 결제 인프라·셀러 운영·소비자 접점을 동시에 장악하는 '생태계 수직 통합'을 설계하고 있습니다. 같은 'AI 쇼핑 에이전트'라는 이름 아래에서 작동하지만 두 회사가 장악하려는 것은 본질적으로 다른 층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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