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을 막으면 경제가 살아난다? 15년간 그런 일은 없었다

지난 13일 상주보와 인근 경천대를 찾았다. 몇 번이고 가봐야지 생각만 하다가 이제야 발걸음을 옮겼다. 환경운동가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면서도 정작 현장을 늦게 찾았으니, 스스로를 향한 자조 섞인 표현으로 "게으른 환경운동가의 뒤늦은 방문"이라고 적는 편이 맞겠다.
처음 마주한 상주보는 예상보다 훨씬 거대했다. 낙동강 본류에 설치된 상주보는 4대강 사업으로 조성된 낙동강 8개 보 가운데 가장 상류에 위치한 구조물이다. 높이는 약 11m. 숫자로만 보면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 눈앞에 펼쳐진 모습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낮은 하천보와는 전혀 달랐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은 강을 가로지르고 있었고, 수문은 거대한 벽처럼 느껴졌다. 금강의 보를 많이 봐왔지만 확실히 규모 면에서는 차이가 많이 났다.
우리가 '보'라고 부른 시설은 큰 댐이었다
함께 현장을 찾은 대전환경운동연합 집행위원은 상주보를 한참 바라보다 말했다.
"이렇게 큰 줄 몰랐어요. 보가 아니라 거의 댐 같네요."
그 말은 사실은 중요한 질문이었다. 국제대댐회(ICOLD)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댐 분류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높이 15m 이상이면 대댐(Large Dam)으로 분류하며, 높이가 10~15m인 경우에도 저수용량이 100만㎥ 이상이면 대댐으로 본다. 상주보의 높이는 약 11m다. 그리고 상주보의 총 저수용량은 129만㎥다. 이미 국제 기준상 대댐에 해당한다.
상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환경부와 한국수자원공사 자료를 바탕으로 보면 4대강 16개 보 가운데 승촌보를 제외한 15개가 국제 기준상 대댐에 해당한다. 승촌보 역시 기준에 불과 7만㎥ 부족한 수준이다. 결국 지난 15년 동안 우리가 '보'라고 불러온 시설 대부분은 국제 기준으로 보면 대댐 규모의 구조물이었던 셈이다. 실제로 4대강 사업 당시 환경단체들은 "보가 아니라 댐"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 기능과 규모를 축소하기 위해 '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다. 강을 어떻게 바라보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인식의 문제다.
상주보에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따금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몇 사람이 전부였다. 활력이 느껴지는 공간은 아니었다. 물론 무더운 날씨 탓일 수도 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의아한 풍경이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도, 물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도 좀처럼 눈에 띄지 않았다. 4대강 사업 당시 정부는 물을 가두면 사람들이 찾아오고 지역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주보 역시 수변관광 활성화를 기대하며 만들어졌다.
하지만 적어도 이날 상주보는 시민들에게 그런 공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상주보에서 차를 타고 조금 더 올라가자 경천대가 나타났다. 경천대는 예로부터 낙동강 절경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깎아지른 절벽 아래로 강이 휘돌아 흐르고, 넓은 모래톱이 펼쳐졌던 곳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은 정자에 올라 시를 읊고, 모래와 물이 빚어낸 풍경 속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 인터넷에 남아 있는 옛 사진 속 경천대는 그런 모습이었다. 넓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강은 여울과 소를 반복하며 살아 움직였다. 기암절벽과 모래톱, 흐르는 물이 어우러진 풍경은 왜 이곳이 오랫동안 낙동강의 명승으로 불렸는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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