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켜자마자 '쿵'... 반려견 떠나보내고 찾아온 분노의 실체

2023년 4월 14일. 이날 아침을 여전히 꿈속에서 다시 경험한다.
첫 반려견 은이가 동물병원에 입원한 지 5일째 되는 날이었다. 왠지 모를 두근거림에 밤새 잠을 설치다 새벽 일찍 눈이 떠졌고, 마음을 다스려보려 성당에 갔다. 처음 새벽 미사를 했다. 미사 중 마음이 조금 차분해졌다. 입원기간 은이의 또렷했던 눈망울, 꼬리 치며 걷던 모습, 준비해간 특식을 조금이라도 먹던 모습이 떠올랐다. 은이가 다시 내 품에 돌아올 증거를 모으며 아침 일찍 면회하러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미사를 마치고 휴대폰을 켜자마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은이가 입원한 동물병원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와 있었다. 그 길로 동물병원으로 달려갔고, 영원히 잠들어버린 은이를 만났다.
'분노' 강했던 펫로스
그렇게 '펫로스(자신이 키우는 반려동물을 떠나보낼 때의 슬픈 감정과 괴로움 등의 감정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의 상태를 드러내는 표현)'가 찾아왔다. 정신과 의사로 말기 암 환자들을 돌봐온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사람들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부정-분노-타협-우울- 수용'의 5단계로 구분했다.
이에 따르면 자신 혹은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 앞에서 많은 이들은 가장 먼저 현실을 '부정'한다. 그 후 하필 왜 나인지 억울해하는 '분노'의 시간을 거쳐, '좀 더 잘 할 테니 한 번만 다시 기회를 달라'는 간절한 마음이 드는 '타협'의 시기가 찾아온다. 이 모든 것이 소용없어질 때쯤 '우울'이 찾아오고 이를 지나 마침내 죽음을 '수용'하게 된다. 이 다섯 단계를 차례대로 겪기도 하지만, 특정 단계를 건너뛰거나 한 단계에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먼저 '부정'의 감정이 들었다. 병원에서 은이를 데리고 와 장례 전까지 하루 정도 함께 있었는데 한생명이 떠났다는 걸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은이를 쓰다듬다 까무룩 잠이 들었다 깨면, 마치 은이가 내 옆에서 자는 것 같았다. 그러다 '분노'가 일기 시작했다. 내시경 검사 후 갑자기 고열에 시달리다 패혈증이 와서 이렇게 됐으니 책임을 병원에 묻고 싶었다가 곧 그 화는 나 자신으로 향했다. 왜 더 잘 돌보지 못했는지, 내시경 검사는 왜 시켰는지 화가 치밀었다. 내가 미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정신분석이론에 따르면 스스로를 향한 강한 분노는 '우울'로 이어진다. 그래서 인지 '타협'의 단계는 건너뛰고 곧바로 우울의 자리에 들어갔다. 은이의 장례를 치르고 몇 주간 제대로 일상생활을 영위하기가 힘들었다. 입맛이 사라졌고, 뭘 해도 시큰둥했다. 내담자들에게 집중하기가 어려워 상담 약속도 잠시 미뤄두었다. 글쓰기는 불가능했고, 책을 읽어도 드라마를 봐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장 힘든 건 빈집에 홀로 있는 일이었다. 남편이 출근하면, 상담도 하지 않으면서 상담실에 나가 있다가, 남편과 함께 귀가하곤 했다.
남편 회식이 있어 집에 혼자 귀가해야 하는 날이었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평소처럼 '은이야' 라고 불렀고, 은이가 내게 뛰어오는 모습을 상상했다. 그리고 펑펑 눈물을 쏟았다. 장례식장에서보다도 더 많이 운 것 같았다. 그제야 은이가 없는 빈 집을 받아들였다. 마침내 '수용'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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