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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맨해튼' 이면 수장된 삶... "아무 것도 모르고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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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맨해튼' 이면 수장된 삶... "아무 것도 모르고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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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기적'과 '서울의 맨해튼'. 오늘날 화려한 마천루를 자랑하는 여의도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하지만 그 눈부신 개발 아래에는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빼앗긴 62가구, 400여 명 밤섬 원주민들의 철저한 희생이 묻혀 있다. 1968년 밤섬 폭파 이후 58년의 세월이 흐른 2026년 6월, 반세기 넘게 침묵을 지켜오던 밤섬 실향민들이 마침내 국가를 상대로 입을 열었다.

6월 23일 오전 10시 밤섬보존회 소속 실향민들은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제 이주 과정에서 자행된 국가 폭력과 생존권 방치에 대한 공식적인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이들은 반세기가 넘도록 국가로부터 어떠한 사과나 합당한 배상도 받지 못한 채 지독한 가난과 멸시를 견뎌야 했음을 증언했다.

"도망치듯 얼음판 위를 걸어 나왔다"… 예고된 폭력, 1968년의 겨울

한강과 여의도 사이에 위치한 밤섬은 현재 람사르습지로 아무도 살지 않는 섬처럼 여겨지지만, 원래 밤섬은 모래사장이 펼쳐져 땅콩 농사가 잘되고 조선업이 발달했던 평화로운 유인도였다. 진실화해위원회에 참고인 진술서를 제출한 유정림(95)씨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전쟁 이후로 폭격으로 파괴된 움집에서 생활하다가 자비로 억척같이 집을 짓고 살던 평범한 마을이었다. 그의 남편 역시 밤섬에서 배를 고치고 짓는 대목수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1968년 2월, 김현옥 당시 서울시장이 주도한 한강·여의도 개발 계획은 이들의 삶을 일거에 파괴했다. 여의도 제방을 쌓을 잡석 채취와 한강 흐름을 원활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밤섬 폭파가 결정된 것이다. 주민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퇴거 최후통첩 후 불과 보름 남짓이었다.

"나가라니까 나갈 수밖에 없었지. 그때 뭘 알아,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나왔어." (유정림 진술)

한겨울 매서운 추위가 몰아치던 2월, 꽁꽁 얼어붙은 한강 얼음판 위로 주민들은 가재도구를 이고 지며 섬을 떠나야 했다. 일부는 썰매에 짐을 싣고 나오다 얼음이 깨져 전 재산을 잃기도 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한 지효경 이사의 발언에 따르면 이주 과정에서 국가가 62가구 전체에 지급한 보상금은 고작 천 여만원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주 대책은커녕 제대로 된 생계 보장조차 없는 명백한 강제 퇴거였다.

상수동 호박밭의 천막 노숙… 국가는 구호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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