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증언으로 무너진 밀실의 증거...흔들리는 검찰 공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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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사장이었던 필자는 지난 2023년 9월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법 해임을 당했다.기나긴 법정투쟁 끝에 지난 해 8월 최종 승소해 명예나마 다소 회복됐다.하지만 여전히 법정을 계속 오가며 고통속에서 진실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필자 해임의 신호탄이었던 이른바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사건'의 관련 인물들이다. 한상혁 당시 방송통신위원장등 방통위 관계자 3명, 윤석년 당시 KBS 이사 등 심사위원 3명으로 모두 6명의 '피고인'들이 3년 넘게 법정을 오가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월부터 서울북부지방법원의 차가운 법정 의자에 앉아 수 개월 동안 그 재판을 직접 지켜보고 관련 기록등을 검토하면서 이 사건을 추적해왔다. 이 재판은 단순히 전직 방통위원장과 공무원 몇 명의 유무죄를 가리는 사법 절차가 아니라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되는 독립 기구 수장 축출, 공영방송 이사회 거버넌스 강제 역전을 통한 경영진 교체,그리고 공영방송 장악으로 이어진 거대한 '도미노 잔혹사'의 시발점이자 메커니즘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이미 목적을 달성한 권력의 의도대로 이 사건을 기억에서 지우고 있지만 현장의 냉철한 기록자로서 법정 안팎의 사법적 사실들을 담담하고 기록하고자 한다. 이른바 '물증'은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만으로 이루어진 이번 사건에서 필자가 주목한 건 관련자들의 법정 증언이다. 감사원과 검찰이라는 밀실에서의 진술이 공개된 법정에서는 어떻게 달라졌는 지를 분석하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이 기록은 지난 2023년 12월부터 최근까지 3년간 법정에 나온 30여명의 증언 기록이다."양심에 따라 숨김과 보탬이 없이 사실 그대로 말하고 만일 거짓말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세합니다."
2026년 3월 6일 오전 10시, 서울북부지방법원 법정동 702호 대법정.
증인석에 선 방송통신위원회 실무자들의 입에서 이 엄숙한 선서문이 낭독되었다. 수사기관의 밀실에서는 서슬 퍼런 권력의 압박에 숨죽였던 이들이었지만, '처벌을 감수해야 하는' 사법적 무게감을 갖는 선서대 앞에서는 달랐다. 양심을 건 그들의 증언이 시작되자, 검찰이 기소 당시 확신에 차서 써 내려갔던 공소장의 논리들은 모래성처럼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이날 열린 재판은 이른바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 사건'의 27차 공판이었다. 2023년 5월 검찰이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을 비롯한 방통위 간부들을 요란하게 기소한 지 어느덧 3년째에 접어든 시점이다.
본질은 잊힌 채 지리하게 이어져 온 법정 공방의 무게 탓일까? 한때 대한민국 언론 지형을 뒤흔들며 윤석열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 신호탄'이 되었던 거대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넓디 넓은 대법정의 방청석은 쓸쓸하리만큼 텅 비어 있었다.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본 방청객은 필자, 단 한 명뿐이었다. 그날 이후도 마찬가지였다.여전히 대법정 방청객은 필자뿐이었지만 꿋꿋하게 대법정을 지키며 재판을 기록해왔다.
테이핑 전까지는 '재량'... 검찰의 '이례적 조작' 프레임을 깨다
이날 재판부(서울 북부지방법원 제13형사부, 재판장 나상훈)의 구성 변경과 공소장 변경 절차 등이 진행된 후, 본격적인 증인 신문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증인은 2020년 심사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심사지원단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방통위 직원 윤OO이었다.윤씨는 방통위에 근무하며 수차례 심사지원단에 참여했던 베테랑 실무자다.
검찰의 신문 방향은 명확했다. 검찰은 당초 수립된 심사일정계획 문건(운영계획과 세부계획)의 시차를 집요하게 지적하며, "심사 마지막 날 의결 직전에 점수 수정이 이루어진 것은 매우 이례적이며, 이는 특정 목적(과락)을 위한 고의적 조작이 아니냐"고 몰아세웠다. 마지막 날 점수를 수정해 집계에 혼선을 준 행위 자체가 범죄적 정황이라는 논리였다.
그러나 선서를 마친 실무자의 증언은 담담하면서도 명쾌했다. 윤씨는 "심사위원들이 점수를 수정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일관된 관행이었다"고 증언했다.
"심사위원들은 밤중이든 새벽이든 자신이 깊이 고심해서 점수를 수정하는 것이며, 이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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