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올라탄 GDP 4만 달러 ‘네덜란드병’ 경계해야
반도체 업황의 역사적인 호황으로 올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하며 4만 달러에 근접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럼에도 경제가 나아졌다고 체감하는 국민은 많지 않다.
고물가 고환율 고유가 ‘3고’ 속에 실물경제는 바닥을 치고 있다는 이야기가 쏟아진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TSMC를 보유한 대만도 AI 슈퍼 사이클 덕에 올해 GDP가 4만5000 달러로 우리를 추월했지만 역시 실물경제에서 온기를 느끼는 국민은 많지 않다.
자산 양극화 심화를 넘어 산업과 자본시장 전반에 ‘네덜란드병’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네덜란드병은 특정 산업의 급성장이 오히려 다른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 전반의 장기적인 균형 발전을 저해하는 현상을 뜻한다.
20일 재정경제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1인당 GDP는 3만9164달러로 추산됐다.
전년보다 2750달러(7.6%) 증가했고 2021년(+3882달러·11.5% 상승) 이후 5년 만에 가장 큰 증가 폭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물가 상승분이 반영된 올해 경상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12.3%로 제시했다.
이를 2025년 경상 GDP(2676조6748억 원)에 대입하면 올해 경상 GDP는 3005조9058억 원으로 계산된다.
이 수치에 평균 원/달러 환율인 1487.19원(지난 16일 기준)을 적용해 총인구(5160만9121명)로 나누면 1인당 GDP는 4만 달러에 근접한다.1인당 GDP 상승이 실물경제로 확산되지 못하는 점은 특정 산업에 대힌 지나친 의존도 때문이다.
대만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AI 반도체 성장의 과실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지 못하고 산업 간, 계층 간 양극화로 번지고 있다.
네덜란드병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표출된다.
반도체 전자부품 자동차부품 업종만 평균 성장률을 웃돌았을 뿐 나머지 전통산업은 정체 또는 역성장을 기록했다.
국민 빈부 격차도 빠르게 확대된다.
대만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상위 20% 가구와 하위 20% 가구 간 자산 격차는 30년 전 16.8배에서 현재 66.9배로 벌어졌다.
올 3월 기준 순자산 1억 대만달러(48억 원) 이상인 고액자산가는 전년보다 70% 증가한 2만 명을 넘어선 반면 일반 서민들의 체감 경기는 악화하고 있다.국내에서도 네덜란드병 경고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반도체 업황 호조가 장기간 지속되면 특정 부문의 높은 임금과 투자수익률이 여타 부문의 인력·투자를 흡수하여 성장기반을 잠식하는 네덜란드병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반도체 성과가 국내 소재·부품·장비기업과 여타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를 통합·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증시에서는 이미 반도체 관련 섹터가 수급을 왜곡하면서 시장이 망가지는 네덜란드병이 나타났다.
반도체 호황을 균형 잡힌 경제발전의 마중물로 쓸 수 있는 정책적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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