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연 아닌 후배에게 경영 ‘바통’…상지건축 신뢰의 승계
- 오철호 3대 회장 시대로 새 도약- 검증·실력 바탕 승계 전통 이어- 허 “뒷물결이 앞물결 밀어내야”- 오 “선배 헌신 위 새 가치 새길 것”“장강의 뒷물결이 앞물결을 밀어낸다(長江後浪推前浪)고 했습니다.
결국 뒷사람이 앞사람을 밀어내며 강물을 더 멀리 보내는 법이지요.”지난 16일 부산 중구 ㈜상지건축에서 만난 허동윤 회장은 곁에 앉은 오철호 신임 회장을 바라보며 나직하게 입을 뗐다.
경영권 승계를 마무리하는 허 회장의 얼굴에선 지난 50년간 ‘후배 승계’라는 상지건축만의 고유한 전통을 다음 세대에 온전히 넘겨준다는 안도감과 든든함이 읽혀졌다.
김동회 창업주에 이어 2016년 허 회장이 2대 회장에, 이제 오 차기 회장이 3대 회장으로서 상지의 새로운 미래를 책임지게 됐다.이러한 전통은 지역 경제계에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혈연 중심의 승계가 당연시되는 풍토 속에서 실력과 신뢰만으로 다음 리더를 세우는 승계 모델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상지건축은 ‘누구나 노력하면 회장이 될 수 있다’는 약속을 반세기 동안 묵묵히 실현해 온 것, 그것이 조직을 지탱하는 진짜 저력이라고 말한다.오 회장은 취임 소감을 묻는 말에 “요즘 정말 밤에 잠이 안 온다”며 무거운 책임감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건축업계가 처한 지금의 위기는 과거 1997년 외환 위기나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는 결이 다르다고 판단했다.
그는 “분양 시장 침체와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우리가 과연 얼마나 준비돼 있는지 자문하게 된다”며 “그동안 양적 성장을 이뤄왔다면 이제는 미래를 준비하고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급변하는 시대에 과거의 성공 방식만을 고수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지건축에서 ‘건축’이라는 이름을 떼어낼 수도 있다”며 다소 파격적인 화두를 던졌다.
건축 설계라는 기존 틀에만 머물러서는 시대적 위기를 돌파하기 어렵다는 냉철한 문제의식이 묻어났다.
그는 전통적인 설계와 CM(건설사업 관리) 업무를 넘어 다양한 투자와 도전을 통해 미래 자산을 확보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두 사람은 상지가 지난 10~20년간 이어온 ‘상지인문학아카데미’와 ‘열린부산·도시건축포럼’ 같은 활동이 단순히 공익 활동을 넘어 기업의 근간이 되는 자양분이라는 점에 뜻을 같이했다.
허 회장이 “민간 기업이라도 사회로부터 얻은 이익을 환원하며 공공선(公共善)을 실천해야 결국 그 가치가 기업으로 돌아온다”고 강조하자, 오 회장은 그 든든한 토양 위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경영 철학을 찾아 나가겠다고 화답했다.대화의 끝자락, 두 사람은 ‘신앙’이라는 단어를 빌려 서로의 진심을 보여줬다.
허 회장은 “상지건축은 내 젊음이자 인생이었으며, 곧 신앙이었다”며 애정과 소회를 털어났다.
회장실 한쪽을 가득 채운 수많은 감사패와 상장들은 지난 10년간 그가 얼마나 치열하게 이곳을 일구고 다져왔는지를 말해준다.
이에 오 회장은 “선배들이 건축에 바친 헌신이 상지의 든든한 신앙이 됐다면, 저는 그 탄탄한 토대 위에서 건축을 넘어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것을 저만의 신앙으로 삼아보겠다”며 응답했다.이임식은 오는 24일 열린다.
허 회장은 앞으로 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직을 유지하며 계속해서 상지건축과 함께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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