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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새어머니로... 두 여성의 우정은 회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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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새어머니로... 두 여성의 우정은 회복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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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즌 1,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HBO의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특이한 드라마다. 미국 드라마 역사상 최악의 엔딩을 냈다고 평가받는 <왕좌의 게임>의 외전 프리퀄인데도, 원작과는 전혀 다른 신선함으로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초거대 예산을 투입한 다른 판타지 드라마 경쟁작이 난무한 시기에, <하우스 오브 드래곤>이 여전히 건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시리즈의 중심축, 두 여성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왕좌의 게임>이 일어나기 수백 년 전, 원작에서 몰락한 '타르가르옌 왕조'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 과정에서 대륙 전체를 아우르던 스케일을 줄이고 개별 인물들에게 집중한다. 특히 여성 캐릭터들의 높아진 비중이 백미다. 주연 배우들부터 제작자 라이언 콘달까지, 모두가 한입으로 두 여성 캐릭터 '라에니라(에마 달시 분)'와 '알리센트(올리비아 쿡 분)'를 시리즈의 주축으로 꼽는다.

작중 라에니라는 타르가르옌 왕조의 장녀이다. 당연히 왕위를 물려받을 후계자로 지목되었으나, 여성이라는 이유로 삼촌 '데이몬'을 비롯 다양한 남성 캐릭터들의 찬탈 위협을 받아 왔다. 남자와 여자를 가리지 않고 자유분방하게 사랑하던 양성애자(bisexual)이던 그녀가 승계 확정을 위해 가까운 핏줄인 삼촌 데이몬과 근친혼을 맺는 것은, 라에니라가 권력을 위해서라면 자신의 정체성마저도 포기할 각오가 되어 있음을 보여주었다.

반면, 그런 라에니라의 죽마고우 알리센트 역시 주목할 만하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시즌1의 첫 장면부터 드래곤을 타고 돌아온 라에니라를 맞이하는 알리센트를 보여주며 둘의 우정을 전면에 내빈다. 그러나 너무나도 가까운 이 둘의 사이는 파국으로 치닿는데, 라에니라가 자기 아버지의 재혼 상태로 알리센트를 추천해서이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같이 놀던 친구가 새어머니가 되어 버린 상황. 설상가상으로 알리센트는 왕자 '아에곤'을 배출하고, 그 아이를 정식 후계자로 여기는 명망가들이 많아지면서 왕국이 둘로 갈린다.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이 두 여성이 저마다의 여정을 통해 지도자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라에니라는 선정을 펼치고자 노력하지만 가신들에게 얕보이지 않기 위해 폭력과 종교적 권위에 의지한다. 알리센트는 전면에 나서는 대신 남성 인물들을 뒤에서 조종하며 암암리에 활약하는 방식으로 대왕대비의 자리에까지 오른다. 직접 전쟁에 나서는 '전사로서의 여성'과 사극에서의 잦은 묘사로 익숙한 '암투가 여성'의 모습이 전부 묘사된 것이다.

라에니라와 알리센트가 여타의 여성 캐릭터들과 궤를 달리하는 것은, 이들을 완전한 선역도 악역도 아니도록 세심하게 설정한 각본 덕분이다. 라에니라는 잔혹한 면모를 보이다가도 권력을 잡지 못하면 죽는다는 사실을 두려워하며 눈물을 보인다. 알리센트 또한, 섭정의 대가처럼 묘사되다가도 원치 않던 아이들에 대한 의무와 정치적 싸움에서 비롯된 피로에 시달린다. 두 여성 모두가 가부장제와 전쟁이라는 이데올로기에 경도된 존재이고, 그 동시에 개인의 욕망을 가지는 복합적 인물인 셈이다.

이는 전작 <왕좌의 게임>과 비교했을 때 괄목상대할 만한 도약이다. 드라마판 <왕좌의 게임>은 원작 소설의 다양한 입체적 여성 인물들을 살려내기 위해 노력하였으나, 정작 군상극의 주축인 '세르세이'를 만화적인 악녀로 그려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면 <하우스 오브 드래곤>은 두 여성 지도자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타락하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가부장제가 만연한 시대적 배경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여성주의적 집필 방식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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