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천재 화가의 그림 앞에 머물렀던 여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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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천재 화가의 그림 앞에 머물렀던 여름 어느 날
요즘 너무 더운 날씨에 야외활동은 금방 지치고, 그렇다고 에어컨 아래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도 영 찝찝했다.
그러다 문득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교과서에서 수도 없이 봐왔던 그 이름, 단원 김홍도의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는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시가 5월 4일(월)부터 8월 2일(일)까지 상설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다. 시원하고, 무언가 건강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곧장 박물관을 찾았다.
그런데 박물관으로 향하던 길, 한 포스터를 보게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25년 연간 관람객 세계 3위에 올랐다는 포스터였다.
1위 루브르 박물관, 2위 바티칸 박물관에 이어 3위에 당당히 올라있는 그 이름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관람객은 65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숫자만 놓고 봐도 놀랍지만, 더 흥미로운 건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풍경들이다.
우선, 세계 주요 박물관들이 관광객과 고령층 중심의 관람객 구조를 보이는 것과 달리, 국립중앙박물관은 내국인 비중이 높고 청년층과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방문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내가 방문한 날도 또래로 보이는 커플, 유아차를 끌고 온 가족, 혼자 조용히 전시를 음미하는 젊은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그렇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시장 곳곳에서 외국어가 들렸고, 안내 패널 앞에서 진지하게 사진을 찍는 외국인 방문객도 많았다.
K-팝과 드라마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이들이 이제 전통 문화유산을 보러 이곳을 찾는다는 것.
블랙핑크(BLACKPINK)가 소개하는 경천사 십층석탑의 정보무늬(QR 코드)를 스캔하고 들어보며 신기해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의 모습이, 나도 K-POP팬으로서, 한국인으로서 괜히 뿌듯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 변화에는 박물관 스스로의 끊임없는 시도가 있었다고 한다.
반가사유상을 단독으로 집중 조명한 '사유의 방'과 디지털 실감영상관처럼 첨단 전시기법을 활용해 문화유산을 보다 쉽고 생생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그래서 김홍도 전시를 보기 전에 먼저 사유의 방과 디지털 실감영상관을 들어가봤는데, 일반 박물관과는 다르게 그 공간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담백하면서도 깊이있게 구성된 전시들이 복잡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이런 국내문화유산 뿐 아니라 세계 문화와의 교류도 꾸준히 확대돼, 올해는 영국 빅토리아 앤 앨버트(V&A) 박물관의 '마리 앙투아네트 스타일' 특별전과 국내 최초의 '어메이징 타일랜드: 태국미술명품전'도 준비돼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이런 박물관은 한번 찾고 마는 경우가 많은데 전통과 세계를 잇는,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이런 노력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을 '한 번쯤 가봐야 할 곳'에서 '또 오고 싶은 곳'으로 바꾸고 있지 않나 싶다.
나도 이미 여러 번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했지만, 남은 하반기 두어번은 더 방문하게 될 것같단 예감이 들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누구나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장애인과 노인을 위한 '행복한 박물관 나들이', 국내 거주 외국인을 위한 '박물관에서의 어느 멋진 날'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는데, 나도 입구에서부터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구든, 어떤 방식으로든 이곳에서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문을 넓혀두고 있다는 것도 오늘날 국립중앙박물관이 세계인의 발길을 끌어들이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게 박물관의 섬세한 변화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나서야, 오늘의 본래 목적지인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 전시로 향했다.
그의 작품은 교과서 속에서 수없이 봐왔지만 조금 더 그림 자체에 집중해 씨름하는 사람들의 표정, 서당 아이들의 웃음기들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어 이미 아는 그림도 새롭게 느껴졌다.
또 옛 그림을 감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옷감의 주름, 망건의 재질을 느껴보고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체험적 요소도 가미돼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전시를 즐길 수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 유홍준 관장은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참여가 이어질 때 K-문화는 일시적 유행을 넘어 지속 가능한 문화적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이 전시장 안에서 비로소 실감됐다.
평소라면 멍하니 흘려보냈을 오후 시간이, 이렇게 건강한 자극으로 채워지니 앞으로도 계속 관심을 갖고 찾아와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나오는 길에는 '박물관 상품관'에 들렀다.
박물관 문화상품 '뮷즈'의 지난해 매출은 413억 원을 넘어섰다고 한다.
기념품 가게를 그냥 지나치던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풍경이다.
뮷즈 매장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서 구경하는 장면은, 옛 유물이 현대에 재해석돼 다시 살아있는 문화가 되고 있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해줬다.
그래서인지 '나에게 온 보물, 뮷즈'라는 문구도 참 잘 지었구나, 마음에 와닿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원 김홍도, 시대를 그리다'는 8월 2일까지 계속된다.
더불어 세계 3위 박물관인 국립중앙박물관 안에는 그 외에도 방대한 이야기들이 한가득 준비돼있다.
이번 주말, 건강한 자극을 느끼러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공식 발표 ↔ 진영별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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