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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현진영 춤을 추게 되었나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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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꺼진 무대 위로 영상이 먼저 재생되었다. 청명한 하늘과 여릿한 풀과 나무를 배경으로, 투박한 나무 테이블과 벤치가 나타났다. 머리가 희끗한 중년 여자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다. 카세트테이프가 돌아가고, 헤드폰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안개빛 조명으~~~~은 흐트러진 내 몸을 감싸고 오오오오~"
조명이 밝아지자 무대 위에는 힙합 전사들이 고개를 숙인 채 서 있었다. 막 시작 직전의 정적 속에서 각자의 몸은 이미 리듬을 준비하고 있었다. "현진영 came back, boys" 대목에서 센터에 선 사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손바닥을 앞으로 뻗으며, 이제 무언가 시작된다는 신호를 보냈다. 후드티에 청바지, 모자까지 갖춘 차림은 단숨에 90년대의 공기를 불러왔다.
영상 속 벤치에 앉아 책을 읽던 중년의 여자는 나였다. 무대 센터에서 현진영의 춤을 추고 있는 사람도 나였다. 모든 것은 흰 종이에 적어낸 곡명에서 시작되었다.
내가 속한 이화합창단 (이하 'OG', ongoing의 약자로 정했다)은 지난 1월부터 첫 정기 공연을 준비해왔다. 연습은 한 주 한 주 쌓였고, 그 시간들 사이에는 공연장을 예약하고 두 곳의 연습실을 오가야 하는 수고도 함께 있었다. 무대 위에서 보이는 1시간 40분 남짓한 반짝임 뒤에는, 그렇게 여러 사람의 발품과 시간이 겹겹이 포개지는 과정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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