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을 금지하라"... 국내외 기후시민의회가 보여준 가능성들
기자말
6 3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앞다퉈 개발과 성장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 지역정치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개발이 아니라 어떻게 더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질문일 것이다. 기후위기는 에너지와 교통, 노동과 돌봄, 재난과 불평등까지 우리 삶 전반과 연결된 문제다.
이번 연속 기고는 '6 3 지방선거, 기후시민의회로 시민주권을 찾읍시다' 캠페인을 소개하며, 기후위기 시대 왜 새로운 민주주의가 필요한지를 묻고자 한다. 캠페인 준비 과정의 에피소드부터 지역 공론장의 경험과 한계, 국내외 기후시민의회 사례까지 함께 살펴보며, 왜 지금 지역의 기후 거버넌스의 새 판을 짜야 하는지 이야기해 보려 한다.
유럽에서 시작된 기후시민의회는 이제 더 많은 국가와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기후시민의회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전개됐으며, 지난 16일에는 '세계 최초의 국가 단위 상설 기후 시민 숙의 기구'로 소개된 이재명 정부의 '기후시민회의'가 발대식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기후시민의회는 낯선 개념이다. 기후시민의회를 '유럽에서 진행된 민주주의 실험' 정도로 알고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실제 사례들을 들여다보면 기후시민의회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고 실험적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적 추첨을 통해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이 정부보다 더 강력한 기후 정책을 요구하기도 했고, 일본에서는 지방선거 공약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유럽을 넘어 글로벌 사우스 지역에서도 기후시민의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인간뿐 아니라 비인간 존재의 목소리까지 민주주의 안으로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실험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기후시민의회에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각 사회의 정치, 문화, 생태적 조건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형되고 실험되고 있다. 기후시민의회의 국내외 사례들을 조사하며 특히 인상 깊었던 이야기들을 다섯 개의 질문을 중심으로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국내선을 금지하라?
기후시민의회는 정치권보다 더 급진적인 제안을 하는 편이다. 2019년 프랑스 기후시민의회에서는 기차로 이동할 수 있는 구간의 국내선 항공편 운항을 금지하자는 권고안이 나왔다. 이 제안은 시민의회 구성원 88%의 지지를 받았고, 이후 실제 법 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부 지역과 항공사의 반발로 2시간 30분 이내 항공편으로 그 범위가 축소되긴 했지만 말이다. 영국과 스코틀랜드, 덴마크, 독일의 기후시민의회에서도 비행기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추가 과세, 육류 소비 줄이기, 주4일 근무제 같은 제안들이 높은 지지를 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과감하고 급진적이라고 평가되는 권고안들이 환경운동가나 전문가가 아니라 무작위로 선정된 시민들에게서 나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독일 연구팀(Lage et al. 2024)의 분석에 따르면, 유럽의 기후시민의회는 정부보다 소비와 생산 자체를 줄이는 정책에 더 적극적이었고, 시장 인센티브보다 기업과 개인에 대한 규제를 더 선호했다.
흔히 시민들은 급진적인 기후 정책을 원하지 않는다고 여겨지지만, 충분한 정보와 숙의 과정을 거친 시민들은 오히려 정치권보다 더 강력한 기후 행동을 요구했다. 이러한 사례들은 '시민들은 아직 준비되지 않았다'라는 엘리트주의적 가정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2. 기후시민의회를 선거 공약으로?
2022년 일본 도쿄 스기나미구 구청장 선거에서는 조금 낯선 공약이 등장했다. '기후구민회의'를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 공약을 내세웠던 키시모토 사토코 후보는 당시 현직 구청장을 187표 차이로 꺾고 당선됐고, 2024년 실제로 기후구민회의를 출범시켰다.
약 57만 명의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선정된 5000명에게 초청장을 보냈고, 응답자 중 성별·연령·지역을 고려해 80명을 선정했다. 이들은 약 6개월 동안 에너지, 교통, 도시 녹지 등을 주제로 토론하며 지역 에너지 기업 설립, 퇴비화 시스템 도입 같은 정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스기나미구 기후구민회의는 단순한 참여 이벤트가 아니라 '상징적 참여에서 실질적 영향으로'의 전환을 목표로 내세웠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기존 시민의회가 전문가 의견 중심으로 흐르면서 시민들의 실제 경험과 거리가 멀어진다는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시민들의 생활 경험과 일상 속 문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관점이 논의에 반영될 수 있도록 숙의 과정을 설계했다.
일본에서는 이미 2020년 삿포로시 기후시민의회를 시작으로 여러 지방정부에서 관련 실험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스기나미구 사례는 기후시민의회가 지방선거 공약이 되고 실제 행정 과정으로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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