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신메모리 상장, '삼전닉스' 주가 하락 부추겼나?

코스피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습니다. 불과 한 달 전 사상 최고치 9385.59를 찍었던 지수가 7월 16일 6820.60으로 주저앉았습니다. −27.33%. 한 달 만에 4분의 1이 증발한 것입니다. 급등과 추락의 한복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있습니다. 지수를 떠받치던 두 반도체 대장주가 무너지자 코스피가 함께 꺾였고, 그 방아쇠 중 하나가 바다 건너 중국에서 당겨졌습니다.
중국 DRAM 1위 기업 창신메모리가 상하이 과창판 공모 청약에 나선 것입니다. 발행가 주당 8.66위안(약 1906원), 총모집금액 약 579억 위안(약 12조 7380억 원), 상장 시가총액 약 5792억 위안(약 127조 4240억 원). 과창판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이자, A주 전체 기술주 IPO 사상 최대 기록입니다.
이 초대형 IPO의 청약 명단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름은 단연 량원펑(梁文锋)입니다. AI 대형 모델 '딥시크'와 퀀트헤지펀드 '환방'의 창업자로서, 그는 이번에 194개에 달하는 펀드를 동원해 창신메모리의 비공개 청약에 전면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전략적 판단으로 읽힙니다.
194개 펀드를 동원한 딥시크의 전략적 선택
량원펑은 이미 중국 GPU 업체 무어스레드의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대박을 터뜨린 경험이 있습니다. 무어스레드는 2025년 12월 과창판에 상장해 발행가 대비 수 배의 수익을 안겼고, 이는 그가 반도체 실물 경제의 IPO 차익을 핵심 투자 전략으로 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이유는 AI와 반도체의 불가분의 관계에 있습니다. 딥시크의 초거대 AI 모델 훈련과 추론에는 막대한 메모리 대역폭이 필수적입니다. 량원펑은 창신메모리에 대한 투자를 차세대 AI 생태계의 핵심 공급망을 장악하는 전략적 밸류체인 선점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입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 기준 그의 순자산은 360억 달러로 세계 63위에 올라 있으며 이러한 위상이 이번 투자 결정에 자신감을 더했을 것으로 분석됩니다.
애플이 찾은 4번째 DRAM 공급자, 3강 체제에 균열이 생기다
창신테크가 단순한 '중국 국산 대체' 수준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생태계의 핵심 플레이어로 도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 있었습니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애플이 창신테크에 DRAM 구매를 공식 제안했으며 이는 중국 시장에 판매되는 제품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지금까지 애플의 DRAM 공급망은 철옹성 같은 '3강 체제'로 유지되어 왔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고, 특히 아이폰 DRAM 공급의 약 60%를 삼성전자가 담당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 구도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2026년 초 표준형 DRAM 가격은 55~60% 급등했고, 일부 칩 가격은 1년 사이 600% 이상 폭등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수요로 인해 기존 3강이 수익성 높은 HBM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면서 소비자용 DRAM 공급이 극도로 위축된 것이 직접적 원인입니다. 애플은 제품 가격을 대폭 인상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고, 더 이상 메모리 공급업체를 상대로 '갑'의 위치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애플은 창신메모리와의 협상이라는 파격적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미국 정부에 창신메모리로부터 DRAM을 구매할 수 있도록 승인을 요청하는 로비 활동까지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냉정합니다.
대부분의 투자기관은 애플의 이번 행보를 실제 대량 구매보다는 가격 협상용 카드로 분석합니다.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기술적 격차, 특허 소송 리스크 등 현실적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제 도입이 되더라도 보급형 모델에 한정될 가능성이 높으며, 당장의 공급망 대체보다는 향후 계약 가격 협상에서 레버리지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더 크다는 평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이 창신테크를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인 사실 자체는 역사적 사건입니다. 씨티그룹은 "애플의 창신테크 DRAM 도입 검토는 창신테크에 대한 기술적 인증"이라며, 창신테크를 '글로벌 신뢰도를 갖춘 제4의 DRAM 제조사'로 격상시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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