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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를 불러낸 시인, 명동에서 마주한 흔적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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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를 배회하고 싶은 욕망이 찾아오면 연필은 그럴듯한 핑계가 되어 준다. 그래서 자리에서 일어나 이렇게 말한다. '정말이지, 연필 하나를 사야겠어.' 마치 그런 구실만 있으면, 런던 거리를 이리저리 쏘다니는 도시 생활 최고의 즐거움을 마음 놓고 만끽할 수라도 있을 것처럼 말이다."
1930년에 발표된 버지니아 울프의 에세이 <거리 산책(Street Haunting : A London Adventure)>의 첫 문장이다.
연필 한 자루에 열정적인 감정을 느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연필을 갖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간절해지는 상황이 있다. 차와 저녁 식사 사이에 런던을 가로질러 걷기 위한 핑계가 필요한 순간들 말이다. 울프에게 거리로 나가 떠돌고 싶은 욕망이 불현듯 찾아올 때 연필은 그럴듯한 구실이 되어줬다.
울프에게 걷기는 글쓰기의 다른 이름이었다. 런던 거리는 문장이 태어나는 장소였고, 도시의 소란은 자아를 잠시 내려놓는 방식이었다. 나는 런던에서 10년 넘게 살며 본드스트리트를 수없이 걸었다. 옛것을 보존한 건물 속에 세련된 상점들이 들어서 있고, 런더너와 관광객이 뒤섞여 흐르는 그 거리를. 그때는 몰랐다. 울프가 바로 이 도시의 거리를, 연필 한 자루를 산다는 핑계로 걸어 다니며 글을 썼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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