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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인터뷰가 떠오르는 '너그러운' 그림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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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 인터뷰가 떠오르는 '너그러운' 그림들

"솔직히 말하면 누구에게도 황금종려상을 시상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상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어쩔 수 없이 줘야 하기 때문에, 주지 않으면 안 될 만큼 좋은 영화가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습니다."

지난 5월 13일,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던 박찬욱 감독이 폐막식 직후 기자회견에서 남긴 말이다. 황금종려상을 어느 영화에 주어야 할지 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내용을 자신의 영화 <어쩔 수가 없다>의 제목을 활용해 재치 있게 말했다는 기사를 보고 웃음이 났다. 앞서 지난 5월 8일 열렸던 백상예술대상 작품상 수상 때의 박 감독의 발언과 맥을 같이하는 말이라 순간 마음이 멈칫했다. 적어 두었던 메모를 다시 찾아보았다.

"화가 나거나 슬프거나 그런 일이 있을 때도 끊임없이 농담을 시도하고 주변 사람들을 웃기려고 하고 자기 자신을 비하하는 농담을 자꾸 하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분노와 슬픔의 에너지에 김을 빼고 출구를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유머 있는 사람이 좋지, 그런 재주가 있으면 좋지' 정도로 바라봤던 유머가 다른 무게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실없는 말을 하냐며 핀잔을 주곤 했던 남편의 농담과 우스꽝스러워 보이진 않을까 걱정했던 아들의 개그가 문득 반짝 떠올랐다. 유머를 새롭게 바라보게 된 순간이 희미해질 무렵,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리고 있는 '페르난도 보테르 전'에서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순간을 만났다.

삶을 견디기 위한 유머를 떠올리며

시골 우리 집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40분 뒤면 도착할 수 있는 남부터미널 근처에서 전시한다는 이유로 예매한 전시였다. 아이들을 등교 시키고 얼른 다녀오면 아이들 하교 전에 돌아올 수 있겠다 싶었다. 일탈의 기쁨과 좋은 미술 작품을 만날 설렘을 안고 도착한 미술관. 환영하듯 커다랗게 걸린 포스터 속 푸른색 배경과 푸른색 드레스를 입은 소녀의 모습이 익숙한 듯 왠지 익숙하지 않았다.

미술 유사 전공인 디자인을 공부했지만, 회화에는 아주 소박한 지식만 있을 뿐 아니라 외국인 이름을 잘 외우지 못하는 나는 외국 화가의 이름과 작품을 잘 외우지 못한다. 그럼에도 알 수 있는 익숙함이었다. 입안을 맴도는 이름, 분명 벨라스케스의 그림 같은데 뭔가 다른 느낌이었다. 색감과 구도가 분명 익숙한데, 자세히 보니 형태가 빵빵했다. 아마 이 익숙함에 별생각 없이 표도 예매했을 거다. '클래식한 명화를 보고 싶었는데, 잘못 온 건가?' 살짝 김이 샌 채 관람이 시작되었다.

앞 순서에 전시된 '변주' 파트에서는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만났던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포스터로 미리 만났던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을 포함해 여러 고전 작품들이 특유의 볼륨감으로 빵빵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여섯 개의 섹션을 따라 만나는 다양한 소재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가득 찬 화면, 멀뚱한 표정, 화려한 컬러, 따뜻한 색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뚱뚱한 사람을 그리는 것이 아닙니다. 풍성함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이 관대함이 나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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