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조카가 툭 던 진 다섯 글자, 책 제목이 될 줄은 몰랐죠"

책 <삶은 도서관>은 제목부터 시선을 붙잡았다. '삶은 계란'을 떠올리게 하는 재치 있는 어감 속에, 사람과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공간에 대한 통찰이 담겨 있었다.
저자 이인자는 카피라이터 출신이다. 퇴사 후 도서관에서 일하며 글을 쓰기 시작했고, 책 <삶은 도서관>으로 2025년 경기히든작가에 선정됐다. 현재는 <오마이뉴스>에 '캐리어 끌고 도서관'을 연재하며 전국의 도서관을 기록하고 있다.
나 역시 배우로 일하며 <오마이뉴스>에 에세이를 연재한 게 어느덧 40편이 넘었다. 그러나 출판을 목표로 '한 권의 책'을 기획하는 일 앞에서는 자꾸 망설였다. 흩어져 있는 글들이 과연 하나의 결로 묶일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인자 작가의 글이 더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도 그 지점이었다. 도서관이라는 하나의 공간 안에서 수많은 사람의 삶을 길어 올리고, 그것을 끝내 한 권의 책으로 묶어낸 힘. 결국 오랜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작가에게 쪽지를 보냈다.
하나의 주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힘의 원천을 직접 묻고 싶었다. 감사하게도 답장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명랑하면서도 온기 어린 목소리를 듣는 순간, 책 속 문장이 살아 움직이며 말을 거는 듯했다. 지난 5월 29일, 이인자 작가를 경기 남양주시 정약용도서관에서 만났다.
<삶은 도서관>에서 '캐리어 끌고 도서관'까지
- 작가님이 일하시는 도서관(정약용 도서관)에서 직접 뵈니 꼭 <삶은 도서관> 속에 들어온 기분입니다. 도서관과의 인연은 어떻게 맺게 되셨나요?
"국문학과를 나와 광고홍보 분야에서 22년간 일하다 권고사직을 당했어요. 이후 도서관 공무직으로 일하게 됐죠. 처음엔 좋아서 시작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중년 여성에게 주어진 공공기관의 일자리라는 점에 감사한 마음이 컸어요."
- 지금 도서관은 작가님께 어떤 공간인가요?
"처음엔 대출과 반납을 판단하는 단조로운 곳처럼 느껴졌어요. 그런데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취업 준비생이 어느 날 보이지 않으면 취업한 걸까 궁금했고, 늘 오시던 어르신이 한동안 안 보이면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렇게 이용자들의 삶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지금의 도서관은 저에게 '사람을 읽는 공간'이에요."
- 근무하시다가 서가에 꽂힌 작가님의 책과 마주할 때면 어떤 기분이 드시나요?
"서가에 꽂혀 있지 않기를 바라죠. 늘 대출 중이길 바랍니다.(웃음) 한 번은 이용자 분이 헐레벌떡 책을 들고 와 대출해 달라고 하신 적이 있어요. 책을 본 순간 '제가 쓴 책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습니다. 책 덕분에 예상치 못한 만남과 경험이 생기는 요즘이 즐거워요."
- 책 <삶은 도서관>에 소개한 대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이용자가 있다면요?
"매일 도서관을 찾으시던 어르신이 계셨어요. 어느 날 자료실에서 통화를 하시다 제지를 받고 나가셨는데, 몇 시간 뒤 직접 전화가 왔어요. 알고 보니 집에 화재가 나 소방서와 연락을 주고받는 중이셨던 거예요. 그런데도 어르신이 가장 걱정하신 건, 도서관에 다시 오지 못하게 될까 하는 것이었어요. '내가 도서관 말고는 갈 데가 없어요' 그 말을 듣고 알았습니다. 도서관이 누군가에게는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라 하루를 견디는 공간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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