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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미력이라 불렀어"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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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미력이라 불렀어" 살아있는 역사를 만나는 법

지난 5일, 기자가 찾은 충남 당진시 신평면 운정리에는 600여 년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온 돌 하나가 서 있었다. 오늘날에는 '운정리 돌미륵'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민들의 기억 속에서 이 돌은 오랫동안 '돌미륵'이 아닌 '미력'이었다. 사람들은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고, 자손의 평안과 가족의 무사함을 빌기 위해 자연스럽게 이곳을 찾았다. 단순한 석조물이 아니라 마을 공동체의 안녕을 보살피는 수호신이자,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정신적 구심점이었다.

운정리 돌미륵은 조선 전기인 1428년(세종 10년)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돌미륵 곁의 명문석(銘文石)에 새겨진 '선덕 3년 무신 2월일'이라는 기록이 그 근거다. 이는 명나라 선덕제의 연호를 사용한 것으로, 조선 세종 10년에 해당한다. 명문에는 당시 신평 지역의 향리인 호장(戶長)이 건립을 주도하고 여러 시주자가 뜻을 모아 참여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다. 이러한 기록은 조선 초기 지방 사회의 공동체 의식과 민간 신앙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지역민들의 삶과 신앙이 응축된 문화 유산임을 말해준다.

돌미륵은 높이 약 217cm, 두께 약 70cm의 자연석을 다듬어 만든 석조물이다. 하나의 화강암을 이용해 얼굴과 몸체를 간략하게 표현한 소박한 형태를 띠고 있으며, 인위적인 장식보다 민중의 신앙과 실용성이 반영된 조형미가 돋보인다. 특히 돌미륵 옆에 함께 남아 있는 명문석은 조성 시기와 건립 배경, 참여 인물들을 알려주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오랜 풍화로 일부 글자는 마모돼 판독이 어렵지만, 제작 연대와 건립 주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고 한다. 이 같은 가치를 인정받아 운정리 돌미륵은 1997년 6월 20일 당진시 향토유적 제8호로 지정됐다. 아울러 당진시 문화예술과는 2025년 12월, 문화유산 보존 정비 사업을 통해 운정리 돌미륵과 명문석에 대한 보존 처리를 하고 주변 환경을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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