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의 삶'에서 배우들이 끄집어낸 것

영화나 드라마에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다룬 작품이 적지 않다. 육체를 떠난 영혼이 가족을 지켜보거나, 미처 전하지 못한 말을 남기고 떠나는 이야기는 익숙한 소재다. 하지만 죽음학자의 연구를 통해 죽음을 바라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네 번째 <배우들끼리 독서클럽>에서 함께 읽은 책은 세계적인 죽음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의 <사후생>이다.
로스 박사는 죽음을 선고 받았다가 다시 살아난 수많은 사람들의 '근사체험'을 연구하며 한 가지 물음을 던진다. 죽음은 정말 끝일까. 저자는 죽음을 삶의 종말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변화라고 말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비유는 '고치와 나비'였다. 몸은 잠시 머무는 고치에 불과하고, 죽음은 나비가 되어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오늘을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 몸은 오직 잠시 살기 위한 집에 지나지 않는다. 죽음은 그저 한 집에서 더 아름다운 집으로 옮겨 가는 것이다." (p.19)
물론 책의 내용을 과학적 사실로 받아들일 것인지는 독자의 몫이다. 근사체험과 영혼의 존재를 어떻게 바라볼지도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믿고 안 믿고를 떠나, 이 책이 남긴 물음만큼은 쉽게 지나칠 수 없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보다, 오늘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저자가 내놓은 답은 의외로 단순했다. 인간은 결국 '조건 없는 사랑'을 배우기 위해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이다. 삶의 고난과 상실, 이별마저도 우리를 성숙하게 만드는 과정이며, 죽음을 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 역시 오늘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일이라고 말한다.
서구슬 배우는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고 했다. 언젠가 끝이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니 지금 이 시간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고, '더 잘 살아야겠다'보다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도 되겠구나'라는 마음을 얻었다고 한다. 또한 보이지 않는 수호천사를 떠올리며 더 따뜻하고 도덕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전했다. 책을 덮고 난 뒤 그의 마음에 남은 것은 "나는 오늘을 후회 없이, 그리고 재미있게 살았는가"라는 화두였다.
최선한 배우에게는 기독교적 세계관과 맞닿아 있는 책으로 다가왔다. 익숙한 신앙의 가르침을 다시 떠올리며 죽음을 준비하는 삶, '웰다잉'이 삶을 대하는 태도라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특히 4장 '부모의 죽음'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애정을 담아 감싸 안을 두 팔과 기댈 수 있는 어깨"(p.133)라는 문장이 오래 남았다고 했다. 슬픔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어도, 누군가를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는 바람도 함께 나누었다.
정다은 배우는 이 책을 읽기 전 가장 큰 바람이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덜어내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 독서모임 선정도서였던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와 <사후생>이 서로 다른 관점에서 결국 같은 결론에 이른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고 했다. 하나는 진화를, 다른 하나는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끝내 도착하는 곳은 사랑이었다. 두 권의 책을 통해 인간은 결국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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