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년 전 사라진 거대 야생 소...살아남은 존재 있다
새벽 공기가 차가운 동물원의 아침, 수의사로서 나의 일과는 가장 먼저 '말 못 하는 친구들'의 안부를 묻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매일 아침 청진기를 목에 걸고 차가운 동물사의 철문을 열 때마다, 코끝을 스치는 특유의 동물 체취와 건초 냄새, 그리고 묵직한 공기가 저를 맞이합니다.
청진기 너머로 전해지는 규칙적인 심장 박동은 단순한 생체 신호 그 이상입니다. 거친 숨소리와 나를 빤히 바라보는 맑은 눈망울들. 그 생명력 앞에 설 때마다 나는 수의사로서 경외심과 동시에 형용할 수 없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우리가 돌보는 이 동물들은 단순한 전시물이 아니라 수백만 년의 진화가 빚어낸 경이로운 유산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식동물의 커다란 눈망울을 볼 때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동물원의 많은 초식동물 중 코끼리와 함께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물소, 들소, 큰뿔소와 같은 소과 동물들입니다.
예로부터 우리 선조들은 달과 소를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왔습니다. 달이 차오르듯 생명력을 뿜어내는 소의 존재는 인류 문명을 지탱해 온 가장 큰 기둥이었습니다. 농경 사회에서 소는 가족이었고, 재산이었으며, 신에게 바치는 신성한 제물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든든한 기둥의 '뿌리'가 이미 400년 전에 인간의 손에 의해 무참히 잘려 나갔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습니다.
오늘은 현대 가축 소의 조상이자 유럽 생태계의 장엄한 뿌리였던 그러나 이제는 박물관의 먼지 쌓인 뼈로만 남은 비운의 거대 야생 소 '오록스(Aurochs)'와 외형적으로 오록스와 비슷한 '큰뿔소(Watusi Cattle)'를 통해 우리가 잃어버린 것과 지켜야 할 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압도적인 황소 오록스
오록스(학명 Bos primigenius)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었습니다. 고대 인류에게 그들은 신성하고도 두려운 존재였습니다. 수만 년 전 인류가 횃불 하나에 의지해 프랑스 라스코 동굴 깊숙한 곳에 그렸던 그 압도적인 황소가 바로 오록스입니다. 수의사의 시각에서 문헌에 남겨진 기록을 분석해 보면 그 체격은 경이로움 그 자체입니다.
수컷의 어깨높이는 성인 남성의 키를 훌쩍 넘는 180cm에 달했고, 몸무게는 무려 1.5톤에 육박했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갈리아 전기>에서 "오록스는 거의 작은 코끼리만 하며, 그 기운과 속도가 엄청나다"고 경탄했을 정도로 몸집이 압도적이었습니다. 현대의 가축 소와 비교하면 다리가 훨씬 길고 튼튼했으며, 머리에는 길이 80cm에 달하는 거대한 뿔이 앞을 향해 휘어져 있었습니다.
이들은 유럽 생태계의 '조절자'였습니다. 여름이면 광활한 들판을 누비며 풀을 뜯어 초원의 균형을 맞추었고, 가을과 겨울엔 숲속 깊이 들어가 도토리와 어린 나뭇가지를 먹으며 숲의 밀도를 조절했습니다. 거대한 몸집과 사나운 성질 덕분에 늑대나 곰, 심지어 과거 유럽에 서식했던 사자조차 다 자란 오록스를 함부로 건드리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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