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금된 채 승선 대기' 외국인 선원 추락사로 드러난 인권 사각지대
부산의 한 모텔에 갇혀 있던 외국인 선원들이 창문으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해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상을 입은 사건과 관련해 이들을 감금한 업체 관계자들이 경찰에 입건됐다. 제3국 선박 승선을 위해 국내를 경유하는 선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 감금하고 과도한 위약금 조항을 두는 일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체계는 사실상 없어 외국인 선원들이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객실 문 잠그고 감시하다 참변…경찰 수사 확대부산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는 감금 등 혐의로 에이전시와 경비업체 직원 등 관계자 5명을 입건해 조사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 21일 부산 사상구의 한 모텔 객실에 제3국 선박 승선을 위해 입국한 인도네시아 국적 선원 20명을 감금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객실 문은 바깥에서 잠겨 있었으며, 에이전시 측 의뢰를 받은 경비업체 직원 2명이 건물 밖에서 상주하며 선원들의 이탈을 감시했다.
A(20대)씨와 B(30대)씨는 이날 오전 3시 30분쯤 모텔 8층 객실에서 이불을 찢어 만든 임시 로프를 타고 탈출을 시도하다 20m 아래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A씨가 숨지고 B씨는 다리가 골절되는 등 중상을 입었다.
중상을 입은 B씨는 경찰 조사에서 "승선하지 않고 국내에서 다른 일을 구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탈출을 시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는 사고 이전에도 중국 국적 원양어선에서 선원으로 일했으며, 이전에도 국내 육지에 대기하는 과정에서 감금이 반복적으로 이뤄졌고 과거에는 휴대전화까지 압수한 사례도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객실에는 이들을 포함해 외국 국적 남성 20명이 함께 머물고 있었다. 이들은 다음 날인 21일 중국 국적 원양어선에 승선하기 위해 B-2(단기통과) 체류 자격으로 국내에 입국한 뒤 부산항 인근에서 출항을 기다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머물던 객실 문은 바깥에서 잠겨 있었고, 에이전시 측 의뢰를 받은 경비업체 소속 직원 2명이 건물 밖에서 상주하며 이탈 여부를 감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전시 측은 선원 계약 당시 인원 관리 차원에서 객실 문을 잠그는 데 사전 동의를 받았고 선원들 사이에서도 별다른 문제 제기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경찰은 사실상 선택권이 없는 상태에서 체결된 계약으로 보고 감금 행위 등의 불법성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계약 과정도 불공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원들은 선원 취업을 위해 모집 업체 등에 117만 원가량의 비용을 부담했고 계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경우 146만 원 상당을 배상하도록 약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모집 업체 측은 사고 이후 B씨 가족에게 816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발생한 인권침해…"사각지대 방치 안 돼"이번 참변은 국내 영토에서 발생한 중대한 인권침해 범죄임에도 관리·감독 체계가 완전히 부재하다는 단면을 보여준다.
해양수산부 등에 따르면 제3국 간 계약에 따라 국내를 경유하는 외국인 선원에 대해서는 현행 선원법을 적용해 관리·감독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이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선사 소속 선원이었다면 선원법 위반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 특히 선원 이탈을 막기 위해 감금 등 행위가 이뤄졌다면 업체 측 영업 자체가 중단된다. 그만큼 처벌이 강하다"며 "하지만 제3국 국적 선박에 승선하기 위해 경유한 사례라 법 적용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인권단체를 중심으로는 국내에서 외국인 선원을 상대로 한 감금 등 중대한 인권침해가 버젓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을 제도적 사각지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와 인권연구소 이한숙 대표는 "국내 선사가 아니라는 이유로 국내에서 발생하는 인권침해에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 제3국 선박을 타는 과정에서 감금과 강제 노동이 자행되도록 최소한의 체계 없이 국내 영토를 경유지로 내어준 것 자체가 문제"라며 "피해자 보호와 관리·감독 체계 보완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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