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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가니니' 홍석기 "뮤지컬이 클래식의 '완벽한 틀' 깨줬죠" [문화人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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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주희 기자 = 바이올린을 든 니콜로 파가니니가 무대에 선다. 현란한 연주와 함께 노래와 연기를 오가며 천재 음악가의 삶을 그려낸다.

파가니니를 연기하는 이는 바이올리니스트 홍석기(32)다. 정통 클래식 연주자로 활동해온 그는 이제 바이올린과 노래, 연기를 함께 선보이는 뮤지컬 배우로도 관객을 만나고 있다.

홍석기는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재미있는 건 연주보다 뮤지컬"이라며 "배우들과 생생한 호흡을 직접적으로 주고 받고,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도 연주자로만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6살에 피아노를, 12살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미국 신시내티음악대학에서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친 정통 바이올리니스트다.

그가 뮤지컬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23년 '베토벤' 오케스트라에 합류하면서다. 당시 피트(오케스트라 연주석)에서 배우들을 바라보며 "어떻게 저런 연기를 할 수 있을까"하고 감탄했지만, 당시만 해도 자신이 배우가 돼 무대에 설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이후 '오페라의 유령', '어쩌면 해피엔딩' 등에서 연주를 하던 그는 '파가니니' 제작진의 출연 제안을 받았다. 연주 무대에는 익숙했지만 연기와 노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영역이었다.

"굉장히 많은 고민이 있었어요. 해보지 않았던 것을 경험한다는 게 두렵고 막연했죠. 그래도 큰 용기를 내 한 발을 떼기로 했어요."

2019년 초연한 '파가니니'는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를 다룬 작품으로, 액터 뮤지션이 출연해 화려한 기교 뒤에 숨겨진 예술가의 고독한 삶과 진실을 조명한다.

홍석기는 2024시즌부터 파가니니 역으로 나서고 있다. 공연 막바지 액터 뮤지션이 선보이는 7분간의 '라 캄파넬라' 독주 장면은 작품의 백미로 꼽히는데, 그가 연주를 마치고 나면 객석에서 "브라보" 탄성이 터져나올 만큼 관객을 압도하며 공연의 절정을 장식한다.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오랜 시간 악기만 다뤄온 그에게 노래와 연기는 낯선 도전이었다. 그는 "음정, 박자는 당연히 알지만, 그걸 입 밖으로 꺼내는 건 다른 일이더라"며 "데뷔 시즌에는 대사와 노래, 음정, 박자를 맞춰 캐릭터를 보여주기 급급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해 작품을 마치고도 그는 개인적으로 보컬 레슨을 2년여 동안 꾸준히 받았다. 다음 작품 준비를 위해서가 아니라 연주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는 "뮤지컬은 큰 전환점이 됐다"며 "음악을 표현할 때도 더 과감하고 거침없이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클래식은 절제예요. 정확한 전달을 아주 잘해야 하죠. 작곡가의 의도와 배경을 알고 연주자의 해석, 테크닉으로 관객을 설득하죠. 반면 뮤지컬은 음악이 제가 생각하는 완벽함이 아니더라도 연기와 노래로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뮤지컬은 제가 생각하던 '완벽한 틀'을 깨는 작업이었어요. 한 번 세상 밖으로 나왔다가 다시 연주를 해보니 오히려 숨통이 트이고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데뷔 시즌을 힘들게 마치고 "다신 뮤지컬은 안 한다"고도 했지만, 그는 이번 시즌 용기를 내 다시 파가니니로 분했다. 2년 전에는 단순히 캐릭터를 잘 보여주겠단 막연한 생각뿐이었다면, 이번에는 인물의 내면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홍석기는 "파가니니를 두고 누구는 천재, 누구는 악마라고 하지만 결국 한 사람의 이야기"라며 "나와의 교집합을 찾아 거기서부터 출발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음악에 대한 사랑과 순수함, 나아가고자 하는 명확한 방향이 있다는 게 이해돼요. 저도 그런 편인데, 어떤 부분에서는 조금 고지식하죠. 음악을 너무 사랑해서 끝까지 타협하지 못했던 사람으로 표현하려고 해요. 관객분들도 우리처럼 흔들리고, 고민했지만 끝까지 음악을 포기하지 않았던 '인간 파가니니'에 대한 공감을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때로 클래식 연주자가 뮤지컬에 도전하는 것을 향한 주변의 시선이 곱지 않기도 했지만, 과감히 낯선 시도를 택했다. 스스로를 "새롭게 도전하고 개척해 나만의 길을 찾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한 홍석기는 "계속 길을 가다 누군가에게 귀감이 된다면 좋은 일"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자신을 통해 뮤지컬 관객이 클래식에 관심을 갖고, 클래식 애호가가 뮤지컬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는 것 역시 그에게는 또 다른 도전의 즐거움이다.

"연주만 잘하는 배우가 아니라, 작품마다 진심을 다해 관객에게 무언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장르를 넘나들며 클래식과 뮤지컬을 자연스럽게 잇는 역할도 하고 싶고요."

파가니니가 편견 속에서도 자신의 음악을 끝까지 밀고 나갔듯, 홍석기 역시 자신만의 길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파가니니'는 다음 달 30일까지 홍익대학교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juhee@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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