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은 있지만, 첫 직장은 없다
직업계고 학생들의 '첫 출근'은 어떤 모습일까.
지난 3월 KBS <시사기획 창> '아들의 첫 출근' 편은 현장실습에 나선 특성화고 학생들의 일터를 밀착 취재했다. 방송에 따르면, 2021년 여수 요트업체, 2024년 전주 페이퍼 공장에서 실습생이 목숨을 잃은 뒤에도 현장의 변화는 더뎠다. 방송 이후 적지 않은 시청자들이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정작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따로 있다. 첫 출근 이후, 그 청년들의 첫 직장은 안전한가. 졸업 뒤 노동시장에서 그들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 현장실습의 사고와 부당한 대우가 졸업 이후에도 되풀이되는 것은 아닌지 따져볼 때다. 2025년 기준 직업계고 575개 학교에서 1만 7188명의 학생이 현장실습에 참여하고 있다. 매년 수만 명의 청소년이 일터로 나가는 현실이다.
다섯 명 중 한 명이 다친다…위험을 당연시
지난 2월 일하는시민연구소가 진행한 두 건의 설문조사 결과는 뼈아프다. 2025년 현장실습에 참여한 학생 612명 대상 조사 결과를 보자. 실습 과정 중 부상이나 일시적 상해를 경험한 비율이 22.5%에 달했다. 다섯 명 중 한 명 이상이 몸을 다친 것이다. 병원 치료 등이 필요한 안전사고 경험 비율은 12.6%였고, 이 중 5.7%는 병원 치료가 필요한 정도의 정신적·정서적 피해를 경험했다.
사고를 경험한 학생 중 60.8%가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거나 친구와 가족에게만 이야기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로 절반 이상이 '큰 피해라 생각하지 않아서'라고 답했다. 10대 청소년들이 일터의 위험을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안전교육을 학교와 기업 모두에서 이수한 비율도 83.8%에 그쳐, 의무교육임에도 완전히 이행되지 않고 있다. 실습 중 청소나 단순 반복 업무, 전공과 무관한 업무 수행, 주 40시간 초과 근무 등 부당한 상황을 경험한 학생도 적지 않았다.
현장실습의 구조적 문제는 더 심각하다. 2025년 현장실습 기업 5641개사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14.1%, 10인 미만이 31%를 차지한다. 현장실습 기업은 선도기업(교육청 인정 우수 기업)과 참여기업(교육청 승인 일반 기업)으로 구분되는데, 선도기업 중 상시 종사자 규모가 50인 이상인 사업체가 10곳 중 4곳(40.9%)을 차지하고 있다. 10인 미만 소규모 사업체 중심(50.5%)인 참여기업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정부가 여건이 나은 선도기업 발굴을 해야 하는 이유다.
산재사고가 확인된 7개 기업 중 6곳은 기존 직원에게도 산재사고가 있었던 곳이다. 노동 조건이 열악해 지난 5년간 입사자 수만큼 퇴사자가 발생한 곳도 있다. 어른들조차 견디지 못하는 일터에 열여덟 살 학생들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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