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 건너편에서 손을 흔들자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아! 저기가 북한이구나."
호텔 방 커튼을 걷었을 때, 나는 낮은 탄성을 내뱉었다. 비 내리는 창밖,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북한 땅이 손에 잡힐 듯 펼쳐져 있었다. 대한민국 여권으로는 지구상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딱 한 곳 갈 수 없는 나라. 북한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호텔 방에 비치된 망원경으로 보자 떠오르는 해 모양의 건물에 새겨진 '일심단결'이라는 글자까지 또렷이 보였다. 마치 강 건너 외부의 어떤 유혹에도 넘어가지 말고 한마음으로 뭉치자는 뜻처럼 보였다. 북한 주민들의 폐쇄성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지난 7월 7일부터 13일까지 북·중 접경 지역 역사 기행을 다녀왔다. 필자가 속한 사회적 협동조합 '길목'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중국 대련에서 연길까지 무려 1600km를 가로지르는 대장정이었다.
여순감옥에서 시작해 압록강 단동부교, 오녀산성, 광개토왕비, 장군총, 백두산, 윤동주 생가, 명동촌, 두만강, 도문을 거쳐 연길까지, 일제 항일 독립운동의 흔적과 고구려의 숨결 그리고 분단의 상흔을 살펴보는 역사의 길이었다.
그 길 위에서 나는 몇 개의 질문과 마주했다. 민족과 국민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 중국의 동북공정(중국 동북부(만주)에 있었던 나라들이 중국의 역사라고 주장하는 정부 주도의 수정주의적 역사 왜곡)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중국은 과연 선진국이 될 수 있을까? 전체를 담기엔 지면에 한계가 있을 것 같아서 가장 강렬했던 몇 장면만 풀어놓으려 한다.
우리가 손을 흔들자, 그들도 손을 흔들었다
대련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 우리는 압록강 단동부교를 걸어서 건넜다. 다리는 중간에서 끊겨 있었다. 맑게 갠 하늘 아래, 다리 끝에 서서 더 선명해진 북한 땅을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흥얼거렸다. '직녀에게'였다.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연인아, 연인아 이별은 끝나야 한다. 슬픔은 끝나야 한다. 우리는 만나야 한다."
만날 수 없는 연인 사이에 빗대 분단을 노래한 가사인데, 부르다 보니 가슴 밑바닥에서 뭔가 뜨거운 게 울컥 올라왔다. 다리 아래로 내려가 배를 타고 수풍댐까지 압록강을 거슬러 올랐다. 왼편은 중국, 오른편은 북한. 수영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헤엄쳐 건널 수도 있을 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번듯한 중국 쪽 건물들과 달리, 북한 쪽엔 산과 밭, 그리고 미국의 경제 제재로 문을 닫았다는 공장들이 드문드문 보였다. 밭길 사이로 걸어가는 주민들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 우리와 똑같이 생긴 사람들인데, 그들을 발견할 때마다 왜 그리 신기하고 반가운지.
그때,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강가 초소에 서 있던 북한 군인 두 명을 향해 우리가 소리 없이(괜히 목소리를 냈다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크게 팔을 흔들었다. 그러자 군인들이 우리를 향해 팔을 번쩍 들어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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