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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안 하는 것'이 공직사회 생존전략이 됐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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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서 '일'은 가능한 한 피해야 할 대상이 되었다.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요령 없는 사람으로 취급받고, 어떻게든 일을 덜 하고 책임을 피해 가는 사람이 현명한 사람으로 대접받는다. 개인의 선택을 넘어 사회 전체가 누가 더 일을 안 하는지를 두고 경쟁하는, 이른바 '일 안 하기 경쟁사회'에 접어든 것이다. 문제는 이 경쟁에서 이기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그 부담과 비용은 고스란히 묵묵히 일하는 국민과 사회 전체에 전가된다는 점이다.

징후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관리위원회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선관위 존재 이유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정작 선거를 앞두고 업무가 폭증할 시기가 되면 선관위의 휴직자가 늘어난다고 한다. 조직의 존재 이유가 실현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그 일을 감당해야 할 구성원들이 자리를 비우는 것이다. 일이 가장 많을 때 일을 피하는 것이 개인에게는 합리적 선택일지 모르나, 남은 사람들에게는 과중한 부담이, 국민에게는 부실한 선거관리라는 위험이 돌아간다.

수사기관과 조사기관도 마찬가지다. 국민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고소·고발을 해도 사건은 차일피일 미뤄지고, 제대로 된 조사 한번 없이 종결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감독기관에 민원을 넣으면 소관이 아니라며 다른 기관으로 떠넘기고, 그 기관은 다시 원래 기관으로 되돌려 보낸다. 일해서 책임을 지는 것보다 일을 하지 않아 아무 일도 만들지 않는 게 승진과 보신에 유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열심히 수사하고 조사하다 작은 흠결이라도 생기면 문책받지만, 아예 손을 대지 않으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이런 구조 속에서 공직사회의 '일 안 하기'는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조직이 학습한 생존전략이 되어버렸다.

민간이라고 다르지 않다. 사람들에게 꿈을 물으면 '일하지 않는 백수'라는 답이 돌아온다. 설사 지금 일을 하고 있더라도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바짝 돈을 모아 가능한 한 빨리 은퇴해서 더는 일하지 않고 사는 게 인생의 목표라는 사람도 많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런 꿈을 말하는 데 어떠한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없다는 점이다. 일하지 않는 삶이 가장 성공한 삶이라고 당당하게 외치고, 사회는 그것을 영리하고 세련된 인생관으로 칭송한다. 물론 과로 사회에 대한 반성과 삶의 질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폄훼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일 그 자체를 기피와 청산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사회 분위기가 한 사회의 표준적 가치관으로 자리 잡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다.

일찍이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이 단순히 자본과 기술의 축적이 아니라, 노동을 소명(召命)으로 여기고 근면과 성실을 윤리적 의무로 받아들인 문화와 정신에서 비롯되었음을 통찰한 바 있다. 한 사회의 경제와 발전을 떠받치는 것은 결국 제도 이전에 그 사회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윤리와 문화라는 것이다. 베버의 통찰을 뒤집어 보면 우리 사회의 미래에 대한 경고가 된다. 노동을 소명으로 여기는 문화가 자본주의의 융성을 낳았다면, 일하지 않는 것을 최고의 미덕이자 꿈으로 여기는 문화는 필연적으로 그 사회의 침체와 쇠퇴를 낳을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번영은 지금까지 흘린 땀의 결과물인데, 정작 우리는 그 토대 위에서 일하지 않는 것을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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