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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빠였던 내가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것

오마이뉴스
기러기 아빠였던 내가 차마 버릴 수 없었던 것

아들이 결혼하고 집을 떠난 지 2년이 넘었다. 아들의 흔적은 집안 구석구석에 멈춰 선 시간처럼 남아 있다. 장롱 속 일부 옷가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지하 창고에는 예비용 자동차 타이어까지 아직도 보관 중이다.

오늘은 갑자기 책장 한쪽에 가득 쌓인 책들이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전부가 아들이 남기고 간 책들이다. 이제는 정말 먼지만 앉은 이 책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책장 앞에 섰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책장 맨 밑 칸에 빼곡히 자리 잡은, 오색찬란한 학습만화들이었다. <정글에서 살아남기>, <동굴에서 살아남기>, <공룡 세계에서 살아남기>... 제목만 봐도 저 책들을 사러 분주히 서점을 오고 갔던 시간들이 추억처럼 떠오른다. 책장에는 '살아남기 시리즈' 수십 권이 꽂혀 있었다.

시리즈 책들을 보는 순간, 2007년 그 시절이 어제 일처럼 아련히 겹쳤다. 작은애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던 해, 아내와 두 아들은 캐나다로 떠났고 나는 한국에 홀로 남아 8년간 기러기 아빠 생활을 했다. 그때는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 휴가 날이 곧 '책 배달' 하는 날이었다. 작은아들은 아빠가 오는 것보다 아빠 가방 속에 담길 '살아남기 시리즈'를 더 기다리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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