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잘 되고 있어요?" 후배에게 거짓말을 했다

책 출간을 위한 첫 작업은 출판사에 초고를 보내는 일이었다. 나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새로운 글을 쓰기보다 <오마이뉴스>와 브런치스토리에 써놓았던 글을 주제별로 분류하고, 책의 흐름에 맞게 다시 고치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러나 한 권의 책으로 묶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했다. 어떤 글은 과감하게 덜어내야 했고, 어떤 글은 처음부터 다시 써야 했다. 글마다 분위기와 호흡이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쓴 글들을 출판사에 첫 원고로 보냈다. 메일의 전송 버튼을 누르는 순간, 오랫동안 미뤄왔던 큰 숙제를 끝낸 기분이었다. 하지만 일주일 뒤 받아본 결과는 지난 글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처참했다. 보낸 원고의 절반 이상은 책에 그대로 사용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나마 남은 원고에도 수많은 수정 표시가 남겨져 있었다. 편집자는 빨간색 펜으로 문장 하나하나에 의견을 적어두었다. 단순한 맞춤법과 띄어쓰기부터 문장을 다시 써야 할 부분, 설명이 부족한 대목, 사건의 맥락을 추가해야 할 부분까지 수정 표시는 끝이 보이지 않았다.
처음 교정지를 펼쳤을 때는 빨간색만 보였다. 한 페이지를 넘겨도 빨간색이었고, 그다음 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내 글이 아니라 채점이 끝난 시험지를 받아 든 기분이었다. 수백 군데에 표시된 수정 내용을 바라보는 순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조차 알 수 없었다.
처음 하루는 그냥 덮어두었다. 다음 날도 같은 자리에 놓여 있는 교정지를 바라보기만 했다. 마음 한편에서는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재촉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애써 외면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았다. 출판사에서 요청한 날짜까지 수정하려면 하루도 여유를 부릴 수 없었다. 원고를 고치지 못한 채 하루가 지나갈 때마다 부담은 더 커졌다. 책에 대한 걱정이 업무 중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본업에도 지장을 주겠다는 불안감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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