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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경쟁력 좀먹는 산업스파이"…강력한 '경제안보법' 도입 요구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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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민성 기자 =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기술을 노린 해외 경쟁사의 시도가 이어지면서 산업스파이를 안보사범에 준해 처벌하고,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9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만 19세 이상 국민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핵심기술 해외유출 대응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92.5%는 핵심기술 해외유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핵심기술 해외유출을 개별 기업의 손실을 넘어 국가 산업 전반의 경쟁력을 흔들 수 있는 문제로 보는 인식이 확산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기술유출 수법은 핵심 인력을 해외 경쟁사로 빼내거나 전직 과정에서 설계도와 공정자료를 반출하는 방식으로 갈수록 조직화하고 있다.

유출된 기술을 토대로 해외 업체가 개발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이면 국내 기업이 수년간 쌓은 기술 격차가 단기간에 좁혀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의 D램 제조기술 유출 사건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부장판사 한대균)은 지난 4월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10나노 D램 국가핵심기술을 중국 반도체업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에 넘긴 혐의로 삼성전자 엔지니어 출신 전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전씨가 유출한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된다며, 전씨가 공범들과 공모해 해당 정보들을 유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도 유출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 1월 산업기술보호법,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피고가 더 무거운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씨는 1994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이후 중국으로 건너가 2016년 7월부터 2020년 11월까지 창신메모리(CXMT)에서 근무했다.

이 기간 중국에 반도체 D램 제조 핵심 설비인 증착 장비 개발에 성공한 회사가 없다는 점을 알고, 중국 자본의 투자를 받아 반도체 장비 업체 '신카이'를 설립했다.

신카이에서 부사장을 맡은 김씨는 반도체 각 분야 전문가를 모아 각자가 소속된 회사에서 핵심 기술을 유출하라고 지시했다.

직원들은 김씨의 지시에 따라 2022년 9월 무단 유출한 반도체 증착 장비 제작 및 조립 도면을 스캔한 파일을 네트워크 연결저장장치(NAS) 서버에 업로드해 기술을 유출했다.

대법원은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영업 비밀 보유자에게 손해를 입힐 목적으로 (제3자에게) 이를 넘겨주는 경우에는 실제로 영업 비밀을 사용했는지 여부 등을 불문하고 영업 비밀 누설죄가 성립할 수 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심리받아야 한다고 판결했다.

산업계에서는 그동안 중국을 비롯한 해외 국가나 기업에 기술을 넘겨도 형법상 간첩죄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간첩죄 대상이 북한 등 적국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이에 국회는 지난 2월 간첩죄 적용 대상을 기존 '적국'에서 '외국 또는 이에 준하는 단체'로 넓히는 형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외국 등의 지령이나 사주를 받아 국가기밀을 탐지·수집·누설·전달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산업계는 이번 개정으로 산업스파이를 보다 무겁게 처벌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다만 개정 형법이 보호하는 대상을 '국가기밀'로 규정하고 있어 모든 국가핵심기술이나 첨단전략기술 유출에 곧바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기술유출 범죄는 산업기술보호법과 중소기업기술보호법, 국가첨단전략산업법 등 여러 법률에 분산돼 있다.

산업기술보호법상 해외유출 행위는 최대 15년의 징역형이 가능하지만 실제 재판에서는 징역 1~2년이나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주장이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반도체 등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기술을 별도로 지정하고 유출자를 안보사범에 준해 처벌하는 '경제안보법(가칭)'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여러 법률에 흩어진 기술보호 규정을 통합하고 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해서는 더 높은 양형 기준을 적용하자는 취지다.

처벌 수위뿐 아니라 경제적 제재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높다. 경총 조사에서 응답자의 90.7%는 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처벌 수준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답했다.

징역형과 별개로 기술유출자가 얻은 이익을 웃도는 벌금과 몰수액을 부과해야 한다는 데에도 응답자의 90.6%가 찬성했다.

기술을 유출해 얻는 이직 보상이나 사업상 이익이 처벌에 따른 손실보다 클 경우 범죄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기술유출 범죄의 특성을 반영해 실제 피해액이나 범죄수익을 정밀하게 산정하고 이를 환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범죄자가 얻은 수익뿐 아니라 기술을 넘겨받은 해외 기업이 절감한 연구개발 비용과 확보한 시장 이익까지 처벌과 손해배상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사와 재판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도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공정이나 배터리 설계 등 첨단기술은 수사기관이 유출 자료의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를 입증하기 어렵고, 재판 과정도 장기화하기 쉽다.

기술 분야별 전문수사 인력을 확충하고 수사 초기부터 관계 기관과 피해 기업이 공조하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총 관계자는 "첨단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수출주도형 경제인 한국은 핵심 기술이 유출될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가 다른 나라보다 클 수밖에 없다"며 "핵심기술 해외유출에 대한 강력한 처벌 법제 도입과 같은 경제안보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지난해 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ms@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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