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은 왜 '신천지'를 언급할까…숨겨진 전략은
더불어민주당 8·17 전당대회를 앞두고 김민석 후보가 연일 '신천지'를 꺼내들고 있다. 정청래 후보는 "법적 조치"로 맞받았고 다른 주자들까지 가세하면서 논란은 경선 전체로 번지는 양상이다. 당 안팎에서는 김 후보의 진짜 겨냥점이 신천지가 아니라 투표율, 나아가 정 후보가 직접 설계한 경선 룰을 돌파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다만 이러한 행보가 가열되면 자칫 경선 구도가 소모적 네거티브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점차 강해지는 김민석의 '신천지' 언급김 후보의 '신천지' 언급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안양지역 합동 당원간담회에서는 이번 전대에 처음 적용되는 '권리당원 1인1표제'를 거론하며 "어떤 분들은 심지어 신천지가 끼어드는 것이 아니냐고 걱정하지만, 걱정보다 중요한 것은 압도적인 긍정의 힘"이라고 말했다. 19일 X(옛 트위터)에선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은 결국 위장한 반명(反明·반이재명) 분열주의 및 신천지와의 대회전"이라고 적었고, 20일 합동연설회에서는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 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대의 본질"이라고 했다.
21일에는 사실상의 경고로 나아갔다. 김 후보는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신천지와 관련해서 민주당의 전당대회에 개입하려는 분들은 지휘부든 중간이든 바닥 일선에 일반 당원의 형태로 계신 분들이 한 걸음도 안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적정한 시기에 제가 말씀드릴 것"이라며 추가 언급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후보는 정 후보의 이름을 한 번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친명 성향 유튜브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 후보와 신천지를 연결짓는 주장이 퍼져 있다. 정 후보가 2019년 서울 마포구 '평화의 노벨길 명명식'에 참석해 찬조 발언을 한 영상이 주장의 한 근거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근우회 이희자 총재는 신천지 위장단체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정 후보가 최근 호남에서 강연을 연 매체를 두고도 일각에서 신천지 연관 의혹이 제기됐으나, 해당 매체 측은 부인한 상태다.
한 친석(친김민석)계 의원은 "신천지가 신분이나 목적을 숨기고 접촉해 위장으로 들어오는 행태에 대한 경계"라며 "지금 신천지가 얼마나 우리 당에 들어와 있는지 가늠조차 못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국민의힘에 집단적으로 가입한 정황이 있는 만큼 민주당도 역선택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했다.
진짜 겨냥점은 투표율…'정청래 룰' 넘기?
당 안팎에서는 김 후보의 발언이 결국 투표율 독려를 위한 것이란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이번 전대는 대의원·권리당원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치러진다. 정 후보가 대표 시절 추진한 권리당원 1인1표제가 처음 적용되면서, 지난해 8·2 전대 때 대의원 1표당 권리당원 17.5표 수준이던 가중치가 사라졌다. 권리당원 표심이 사실상 결과를 결정하는 구조인 것이다. 정 후보는 당시 대의원 투표에서는 박찬대 후보에게 밀렸지만 권리당원에서 압도적 지지를 받아 당선됐다.
여권에선 김 후보가 이를 뒤집을 지점이 투표율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강성 지지층이든 조직표든 절대 규모는 고정돼 있어 참여 당원이 늘수록 비중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일반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가 앞선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투표율 확대는 유권자 풀을 김 후보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꾸는 수단이 될 수 있다.
친석(친김민석)계 한 의원은 "선거인 규모가 작을수록 선거 개입으로 왜곡될 여지가 크다"며 "이를 차단하겠다는 메시지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전당원 100% 투표라는 의미가 함께 담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천지 언급이 단순 투표 독려보다 효과적인 이유는 위기감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당심에서 밀리니 표를 더 끌어와야 한다"는 메시지는 열세를 자인하는 셈이지만, "외부 세력이 우리 당 경선에 개입하려 한다"는 프레임은 당원을 탓하지 않으면서 투표해야 할 이유를 만들게 된다는 분석이다.
'반명·분열주의·신천지'를 하나로 묶어 전대를 '이재명 정부 지키기' 구도로 전환하는 효과도 있다. 김 후보가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총선 승리냐, 이재명 정부 흔들기와 민주당 쪼개기냐"라고 규정한 대목이 이를 보여준다.
당내에 남은 기억도 토양이 되고 있다. 2021년 10월 대선 경선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재명 후보가 28.39%에 그쳐 이낙연 전 대표(62.37%)에게 크게 뒤지자, 이듬해 방송인 김어준씨가 신천지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당시 윤영찬 의원이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반박했고 입증되지 않았지만, 친명 지지층 일각에는 잔상이 남아 있는 셈이다.
신천지 정치 개입 확인됐지만…네거티브 가열 우려
김 후보 주장의 근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천지의 정치 개입은 이미 현실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만희 교주는 지난달 24일 신도 5만여 명을 국민의힘에 집단 입당시키도록 지시한 혐의로 구속됐고,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수사를 정치권으로 확대하고 있다. 신천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국민의힘 쪽에 주력했지만, 지역별로는 민주당 쪽에 줄을 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 후보가 과거 12·3 비상계엄 가능성을 가장 먼저 경고했던 전례를 들어, 이번 주장에 무게를 두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근거 없는 네거티브라는 인상이 굳어질 경우 김 후보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이단일수록 헤드(지도자)가 중요한데, 현재 이만희 교주가 구속된 상태에서 누가 신천지 당원들을 움직이겠느냐"며 "물론 전략이 있겠지만 이런 네거티브가 장기적으로 김 후보에게 유리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21일 페이스북에 "이런 황당한 네거티브가 먹힐 거라 생각하는가"라며 "바로 법적 조치 들어간다"고 적었다. 2019년 행사 참석에 대해서는 "몇 년 전인지 기억도 안 나는데 지역구 행사였다"며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제 지역구니까 노벨 평화상 받지 않나. 노벨의 거리 비석 제막식에 참석한 것이고, 당시 구윤철 기재부 차관도 축사를 했다"고 해명했다.
한 친청계 의원은 "김 후보가 조급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공격"이라고 밝혔다.
신천지 논란엔 다른 당권 주자들도 가세하는 모습이다.
김보미 후보는 합동연설회에서 1인1표제를 겨냥해 "이건 가짜 1인1표"라고 각을 세웠다. 김 후보는 "가짜 당원이 당대표까지 뽑겠다고 한다"며 "신천지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들어왔다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명백한 불법 당원 아닌가. 불법 당원을 전수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영길 후보는 21일 페이스북에 홍준표 전 국민의힘 대표와 오찬을 했다며 "2021년 국힘 대선경선에서 신천지 개입이 없었다면 윤석열이 아닌 홍준표 후보가 대선후보가 되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을 나누었다"고 적었다. 이어 "몇 가지 크로스 체크를 한 후 방송에서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오는 23일 예비경선 결과 발표를 앞두고 공방은 더 격해질 전망이다. 다만 경선이 신천지 논란에만 매몰될 경우, 정작 이재명 정부 2년 차를 뒷받침할 노선과 정책 경쟁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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