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 주고받았으니 간첩? 국가보안법 수사 중단하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요구해 온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이 국가보안법 구속자 전원 사면과 수사 중단, 공소 취소를 촉구하며 전국적인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민주노총과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석권호석방대책위원회, 이정훈무죄석방대책위원회 등은 7일 오후 1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국가보안법 구속자 사면 및 수사 중단·공소 취소 촉구 및 범국민 서명운동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청산과 민주주의 회복은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의 석방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권은 '반국가세력 척결'과 '종북' 프레임을 앞세워 국가보안법 사건을 연이어 만들어냈으며, 이러한 공안정국 조성이 결국 12·3 내란을 정당화하는 정치적 기반으로 활용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잇따른 재판에서 이른바 간첩단 사건의 핵심 공소사실이 무너지거나 무죄 판결이 선고되고, 관련 피고인들이 보석으로 석방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국가보안법 사건의 실체와 수사 과정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해 정부가 전국건설노동조합과 화물연대 조합원, 농민, 노점상 등 184명을 특별사면한 점을 언급하며 "반노동·반민중 탄압을 바로잡기 위한 사면이 국가보안법 사건 피해자들에게는 단 한 명도 적용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이들에 대한 전원 사면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국가보안법 사건의 수사를 중단하고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며 "8·15 광복절을 계기로 전국적인 사면 촉구 서명운동을 전개해 국민적 여론을 모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에서는 국가보안법 사건의 문제점을 사례별로 제시하며 윤석열 정부 시기 공안수사의 부당성을 집중 제기했다.
참가 단체들은 2022년 이후 제주·창원·전북 등에서 진행된 이른바 '자주통일민중전위 사건', '민주노총 간첩단 사건', '제주 간첩단 사건', '창원 간첩단 사건' 등을 언급하며 "정권의 정치적 위기 속에서 공안정국을 조성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이 남용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민주노총 사건 항소심에서 피고인 6명 가운데 4명이 무죄를 선고받았고, 창원과 제주 사건에서도 관련자들이 모두 보석으로 석방됐으며, 하연호 전북민중행동 대표 사건 역시 재판부가 '대한민국에 실질적인 해악을 미칠 위험성이 있는지는 알 수 없다'고 판단했으면서도 실형을 선고해 판결의 모순성이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충북 사건에서는 항소심에서 이적단체 구성 등 주요 혐의가 일부 무죄로 변경돼 형량이 크게 감경됐고, 이정훈 연구위원 사건에서도 항소심 재판부가 북측 공작원으로 지목된 '고니시'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한 국제사실조회를 실시하고 보석을 허가한 점을 거론하며 "국가보안법 사건 전반에 대한 객관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합법 정당인 민중민주당에 대한 이적단체 구성 혐의 수사와 평양시민 김련희씨 사건 역시 국가보안법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제시됐다. 참가자들은 "국가보안법이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물론 귀향을 희망하는 인도적 행위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차은정 석권호석방대책위원의 사회로 이성철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 사무국장, 이정훈 국가보안법피해 당사자, 함재규 민주노총 부위원장, 주재석 자주연합 상임대표, 평양시민 김련희 씨, 신동훈 세월호 제주기억관 운영위원장이 차례로 규탄발언을 했다.
한국교회인권센터와 국가보안법 피해자들을 위한 기독교대책위 사무국장 이성철 목사는 "오늘 이 자리에 모인 것은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되고 수사·재판을 받고 있는 이들의 삶과 시간을 더 이상 빼앗지 말라는 국민의 요구를 전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재명 정부는 국가보안법 사건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공소를 취소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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