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치료까지, 그 이후는 사회의 책임이다

사람이 병원을 찾는 이유는 분명하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응급실도, 수술실도, 중환자실도 모두 생명을 살리기 위한 공간이다. 의료진은 환자를 살리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병원의 존재 이유다. 그런데 치료가 끝나는 순간, 병원은 또 다른 역할을 맡게 된다.
사망이 확인되면 의료진은 유족에게 장례 절차를 설명하고, 시신은 병원 영안실로 옮겨진다. 대부분의 경우 그 영안실은 병원 장례식장과 연결되어 있고, 유족은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장례를 준비하게 된다. 치료의 공간이 장례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이 과정을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이런 질문이 가능하다.
병원의 역할은 어디까지여야 할까.
의료시설과 장례 서비스 시설은 다르다
병원은 환자의 생명을 책임지는 곳이다. 그렇다면 치료가 끝난 이후의 안치와 장례까지 병원이 담당하는 것이 과연 가장 바람직한 구조일까. 이 질문은 병원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병원이 본연의 역할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질문이다.
오늘날 대형병원의 장례식장은 병원의 중요한 시설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장례식장은 의료시설이라기보다 장례 서비스 시설에 가깝다. 빈소 운영, 음식 제공, 조문객 응대, 장례용품 계약 등은 의료행위와는 전혀 다른 영역이다. 병원은 치료를 위해 존재하지만, 장례식장은 애도를 위해 존재한다. 두 공간은 같은 건물 안에 있을 수는 있지만, 같은 목적을 가진 공간은 아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병원의 부담 역시 커지고 있다. 응급환자를 위한 병상도 부족한 상황에서 병원이 치료와 장례를 동시에 담당하는 현재의 구조가 앞으로도 지속 가능할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병원의 영안 기능을 사회적으로 독립시킨다면
여기에서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전문 안치센터다. 이름만 들으면 새로운 장례식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전문 안치센터는 기존 장례식장과는 성격이 다르다. 핵심 역할은 장례를 치르는 것이 아니라 고인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병원의 영안 기능을 사회적으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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