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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이러다간 집값 안정·투기 차단 다 놓칩니다

오마이뉴스
대통령님, 이러다간 집값 안정·투기 차단 다 놓칩니다

대통령님, 지난 23일 대통령께서 주재하신 국민대토론회에 참석하면서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발언 시간이 너무 짧고 대통령께서 던지신 의문에 제대로 답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보다는 토론회 내내 대통령님의 표정과 말투에서 부동산 대전환을 향한 의지가 크게 후퇴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기 때문입니다.

올 1월 말부터 대통령께서는 단호하게 말씀하셨습니다. 반드시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을 벗어나야 하며 이 탈출에 성공하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가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입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오직 주권자 국민만을 믿고 나아간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피력하셨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의 그 발언에 얼마나 가슴이 설렜는지 모릅니다.

'문재인 시즌 2'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

그러나 그날 토론회에서 목격한 대통령님의 표정과 발언에서는 그러한 결기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던 다짐과 달리 다른 부분을 염두에 두는 것처럼 느껴졌고, 오랫동안 부동산 욕망에 익숙해진 국민의 저항 때문에 개혁이 어렵다는 취지의 말씀에서는 국민에 대한 신뢰마저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닌지 깊은 우려가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문재인 시즌 2'가 될 수 있겠구나 하는 암울한 생각이 저의 마음을 뒤덮었습니다. 그래서 많이 괴로웠습니다.

이런 걱정이 저를 엄습한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예상되는 경제적 상황 때문입니다. 대통령께서도 알고 계시듯 올 하반기와 내년 초에 걸쳐 은행 대출과는 무관한 전례 없는 유동성의 파도가 나라 전체에 밀려들 예정입니다. 반도체의 기록적인 호황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성과급 지급과 수출 호황에 따른 외화 유입이 원화로 환전되면서 앞으로 시중 유동성이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거대한 유동성의 파도를 막아낼 댐의 높이가 턱없이 낮다는 점입니다. 부동산으로 쏠리는 유동성을 제어할 가장 중요한 방파제는 보유세의 보편적 강화이지만, 현장에서 대통령께서는 장기적으로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불가능한 것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저에게 그 말은 거대한 유동성의 파도를 막을 수 있는 수준으로 댐의 높이를 올리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다가왔습니다.

'새로운 차등 과세'는 '새로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불러올 뿐

대통령께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보유세를 강화하는 것은 어렵고 이전과 다른 새로운 차등 과세를 준비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보유세를 어느 정도 강화하되 거주·서민과 중산층 주택에는 부담을 덜어주는 반면, 다주택·초고가·비거주 주택에는 부담을 더 지우는 '차등 과세' 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부동산 세제를 설계하면 똘똘한 한 채 현상을 막을 수 없습니다. 거주용 1주택 감면 및 우대라는 예외를 터주는 순간 시중에 넘쳐나는 거대한 유동성은 이제는 '거주용' 똘똘한 한 채라는 구멍으로 일제히 쏠려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문제는 단순 1주택이 아니라 '거주' 1주택이기에 집주인이 들어와 살아야 하고, 그 결과 임대차 시장의 전월세 공급도 줄어들어 전월세 상승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는 필연적으로 서울·수도권으로의 인구 과밀 현상마저 가중시킬 것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부동산 세제는 '주택'에만 집중하고 있어 대통령께서 여러 번 지적하셨던 기업의 부동산 투기, 즉 비업무용 토지 보유나 농지의 50% 이상을 부재지주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투기 현상은 전혀 막을 수가 없습니다. 아니 오히려 기업이 수출로 벌어들인 외화가 주택이 아닌 상가·빌딩·토지 등 다른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갈 위험이 매우 큽니다. 한마디로 지금 대통령께서 구상하시는 세제는 집값 안정도, 일반 부동산 투기 차단도 모두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대통령님, 그래서 저는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는 거주/비거주, 1주택/다주택, 개인/기업, 주택/비주택 구분 없이 합산 가액을 과세표준으로 삼아 보편적으로 강화하자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1/3~1/5 수준밖에 안 되는 보유세 실효세율을 10년 장기 목표로 꾸준히 강화하여 유동성의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높은 댐을 세우자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부동산 기대수익률을 전반적으로 떨어뜨려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종부세에 이어 재산세도 점진적으로 높여야 합니다. 그래야 지방화 시대의 부동산 투기도 차단할 수 있습니다. 나아가 주택뿐만 아니라 상가 빌딩과 토지에도 보유세를 강화해야 기업이 생산적 경제활동에 더 매진하게 되고 농지도 진짜 농민이 보유하게 되어 대통령님께서 그토록 강조하셨던 '부동산 불로소득 공화국'에서의 탈출이 비로소 가능해집니다.

조세 저항은 이렇게 극복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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