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8년째 멈춘 재개발... 이제는 '허무는 개발'에서 '살리는 개발'로
![[사진] 18년째 멈춘 재개발... 이제는 '허무는 개발'에서 '살리는 개발'로](https://ojsfile.ohmynews.com/STD_IMG_FILE/2026/0720/IE003649285_STD.jpg)
지난 17일 이른 아침, 부산 동래구 칠산동과 복천동 재개발구역 골목을 걸었다. 골목 입구는 대나무와 덩굴식물이 도로명 표지판을 가릴 만큼 무성했고, 사람이 떠난 빈집들은 잡초 속에 묻혀 있었다. 폐가에는 출입금지 안내문만 남았고, 골목을 걷는 내내 모기들이 달라붙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집들은 조금씩 자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이곳은 지난 2008년 1월 30일 주거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뒤 대부분의 주민들이 이주했지만,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면서 빈집과 폐가만 남은 채 18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해충과 악취, 우범화 우려는 주민들의 일상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또 다른 문제가 됐다.
골목을 돌던 중 녹슨 철제 난간 너머에서 길고양이 한 마리가 한참 동안 이쪽을 바라봤다. 사람이 사라진 집을 지키듯 웅크린 모습은 오래 방치된 골목의 시간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 현장을 돌아보며 가장 크게 떠오른 생각은 '재개발을 더 빨리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왜 우리나라의 주거재개발은 주민들을 오랜 시간 방치하거나, 반대로 모든 것을 한꺼번에 철거하는 방식만 반복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었다. 사업이 지연되면 주민들은 열악한 환경을 감내해야 하고, 사업이 시작되면 골목과 공동체의 기억은 대부분 흔적 없이 사라진다. 이처럼 장기 방치와 전면 철거 사이에서 주민들의 삶은 어느 쪽에서도 충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오래된 기와지붕 너머로 초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같은 도시 안에서 서로 다른 시간이 공존하는 풍경이다. 새로운 아파트는 빠르게 들어서지만, 그 과정에서 오래된 골목은 수년,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방치된다. 결국 남겨진 것은 잡초가 뒤덮은 빈집과 쇠락한 생활환경, 그리고 도시마다 비슷한 모습으로 들어서는 아파트 단지뿐이다. 도시는 새로워졌지만, 도시가 간직해 온 표정과 기억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 일대가 단순한 노후 주거지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복천동 고분군을 비롯한 역사 유적과 오래된 고택, 골목길은 부산의 생활사와 도시의 기억을 품고 있다. 주거환경 개선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이 곧 전면 철거를 의미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공간은 최대한 보존하고, 오래된 골목의 구조와 생활문화를 살리면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식도 충분히 가능하다. 세계 여러 도시가 역사와 주거환경 개선을 함께 추구하듯, 우리 역시 '아파트 중심 개발'이라는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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