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이번엔 '디지털 주권'…데이터 통제 정당화
미국에 인공지능(AI) 등 기술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이 '디지털 주권'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강조한 입장문을 유엔(UN)에 제출했다.
22일 중국 중앙방송TV(CCTV)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0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글로벌 사이버 보안 상설 메커니즘' 첫 회의에서 중국 대표단은 '디지털·지능(數智) 시대 글로벌 네트워크 거버넌스에 관한 중국의 입장문'을 제출했다.
중국은 기존의 네트워크 주권을 한 단계 발전시킨 '디지털 주권'을 새롭게 제시했다. 네트워크 주권은 2010년대 초반 인터넷이 보편화할 당시 각국이 인터넷 정책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권리가 있고, 외부 사이버 공격이나 내정 간섭을 배격한다는 게 핵심이다.
디지털 주권은 AI·데이터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한 버전이다. 즉 기존의 네트워크 주권에 데이터·AI·기술 주권까지 포함해 범위를 확장한 것이다.
네트워크 주권이 인터넷 인프라, 통신망, 웹사이트, 콘텐츠 정보 등을 대상으로 했다면 디지털 주권은 데이터 자원, AI 모델, 알고리즘,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연산처리 능력) 등을 포괄한다.
두 개념은 각국의 정책적 자율성을 근간으로 한다. 디지털 주권은 구체적으로 △각국이 AI를 포함한 디지털 기술 발전 경로를 자율적으로 선택할 권리 △AI 기술·제품 및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할 권리 △특정 진영을 선택하도록 강요받지 않을 권리 등을 포함한다.
중국은 여기에 외교전략의 핵심 축인 다자주의를 접목시키는 한편 AI 등 신기술에 대한 국제 규칙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국가 주권을 디지털 공간으로 확장한 디지털 주권은 여러 가지 전략적 포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중국의 디지털 관련 통제 정책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 중국은 국가가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을 주도하면서 방화벽(해외 플랫폼·콘텐츠 차단), 데이터 현지화(중국 내 서버 저장) 의무, 국가 디지털 신분증 시스템(실명제·통합 신분 관리), 플랫폼 알고리즘 심사·검열 등 강력한 통제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서방 국가들이 '개인의 자유·민간 주도·데이터 이전의 자유' 원칙을 내세운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은 또 '다자주의'와 '주권 존중'을 바탕으로 국제 규칙 제정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 개발도상국과 신흥국을 일컫는 용어)와의 연대 강화를 포함한다.
'AI 기술 발전 경로와 제품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권리'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과의 블로화와 해외 시장 선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디지털 주권'은 미국의 반도체·AI 기술 수출 통제에 대한 반박 논리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은 미국의 일방적인 제재를 '주권 침해'로 규정하고 기술 자립과 새로운 AI 생태계 조성에 나설 가능성이 농후하다.
중국이 주도적으로 AI 국제 규칙을 마련할 세계인공지능협력기구(WAICO)를 출범시킨 것도 새로운 틀을 짜기 위한 시도다. 16일 협정 서명식에는 중앙아시아,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지의 29개국 대표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함께 했다.
중국의 이런 움직임에 미국 등 서방에서는 강한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다.
애덤 시걸 미국 외교협회(CFR) 디지털·사이버 정책 국장은 "중국은 '디지털 주권'을 앞세워 글로벌 인터넷 규범을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더욱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에밀리 테일러 영국 차텀하우스 국제 사이버정책 프로그램 디렉터는 "중국의 디지털 주권은 감시·검열·데이터 통제를 제도화하는 국가 중심 모델"이라면서 "글로벌 인터넷의 개방성과 충돌한다"고 비판했다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