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끝난 뒤, 민주주의는 어떻게 완성되는가
선거가 끝난 6월 3일 저녁,
나는 개표참관인 자격으로 개표장에 들어갔다.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마지막 한 표를 행사한 직후였지만, 민주주의의 여정은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이제 시민들의 소중한 선택을 확인하는 또 다른 과정, 즉 '개표'가 시작될 차례였다.
개표장 안은 이미 분주하게 모든 준비를 마쳐두고 있었다. 개표기와 투표지 분류기, 검표대, 참관석이 정돈되어 있었고 개표사무원들도 각자의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오후 6시가 넘어 개표 절차에 대한 안내가 진행되었고, 잠시 후 개표장 입구가 북적이기 시작했다. 각 투표소에서 투표함들이 속속 도착한 것이다.
투표함이 도착할 때마다 선관위 직원들은 봉인 상태를 확인하고, 참관인들에게 이상이 없음을 확인시켜 준 뒤 지정된 장소에 보관했다. 투표함 하나가 들어올 때마다 여러 사람의 확인 절차가 이어졌고, 그렇게 투표함들이 차곡차곡 모여들었다.
어느 정도 투표함이 집결하자 본격적인 개표의 막이 올랐다. 먼저 투표함이 개봉되었다. 봉인이 해제되자 투표지가 쏟아져 나왔다. 개표사무원들은 투표지를 한 장 한 장 펼쳐 방향을 맞추고, 접힌 부분을 펴서 분류기에 투입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정리해 나갔다.
정리된 투표지는 분류기로 들어갔다. 기계는 후보별로 투표지를 빠르게 분류해냈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제 금방 끝나겠구나"라고 생각할 만큼 놀라운 속도였다. 하지만 실제 개표는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특히 가장 많은 시간과 손길이 필요한 과정은 '관외 사전투표'였다. 일반 투표지는 투표함을 열면 바로 분류 작업을 할 수 있지만, 관외 사전투표지는 모두 회송용 봉투에 담겨 도착하기 때문이다. 개표사무원들은 봉투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윗부분을 절단한 뒤, 그 안에 들어 있는 투표지를 조심스럽게 꺼내야 했다. 이후 다시 방향을 맞추고 펼쳐서 분류기에 넣을 수 있도록 정리하는 수작업을 거쳐야 했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반복 작업처럼 보일지 몰라도, 수천 장의 봉투를 일일이 사람의 손으로 처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했다. 특히 세종시는 젊은 층과 이동 인구가 많아 관외 사전투표 비율이 높은 편이다. 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이유를 현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분류기를 통과한 투표지는 다시 사람의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검표' 과정을 거친다. 후보별로 분류된 투표지 묶음이 검표대에 쌓여가자, 개표사무원들은 육안으로 한 장씩 다시 확인하며 숫자를 맞추고 이상 여부를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분류기계가 판독하지 못했거나 기표가 애매한 표들은 따로 분류되었다.
바로 이 지점이 민주주의가 가장 섬세하게 작동하는 순간이었다. 인주 도장이 선에 걸쳤거나 번진 표, 혹은 두 후보 칸 사이에 애매하게 찍힌 표들은 검표위원들의 엄격한 판단을 받는다. 한 표가 '유효표'가 되기도 하고 '무효표'가 되기도 하는 결정적인 순간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 중요한 순간을 집중해서 지켜보는 참관인은 많지 않았다. 이번 개표장에는 정당별 참관인과 교육감 후보 측 참관인 등을 포함해 100명 안팎의 참관인이 자리를 지켰고, 젊은 층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대부분은 개표장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둘러보거나 중간중간 개표 상황판을 확인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정작 가장 치열하고 중요한 검표 구역에는 시선이 적게 닿았던 것이다.
나 역시 교육감 선거 투표지 가운데 판단이 쉽지 않은 사례를 몇 차례 발견했다. 충분히 다른 해석이 가능해 보이는 표였음에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거나 유효·무효 여부를 꼼꼼히 따져 묻는 참관인은 그리 많지 않아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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