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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방범대장'의 50년, "필요한 건 선물 보따리 아닌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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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자동 '방범대장'의 50년, "필요한 건 선물 보따리 아닌 집"

최갑일씨는 용산구 동자동을 비롯해 서울역 인근에서만 50여 년을 살았다. 지금은 동자동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의 사업이사로 활동하며 자칭 타칭 '동자동 방범대장'으로, 또 주민들의 '스피커'로 동자동을 단지 쪽방 거주지가 아니라 더 따뜻하고 활력 있는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매일 뛰어다닌다.

남산 자락이 보이는 쪽방촌 한편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만나자마자 서울시장 선거 얘기부터 꺼냈다.

도시의 권리

"오세훈 시장도 그렇고 다른 정치인들도 수시로 동자동 쪽방촌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주민들의 진짜 아픔과 목소리는 듣지도 않아요. 그저 선물 보따리 하나 쥐여주고 가버립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마치 우리 삶을 가짜로 취급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요."

6월 3일 치러진 서울시장 선거는 사실상 '부동산 선거'였다고 본다. 여야를 막론하고 '얼마나 빨리, 얼마나 많이 아파트를 공급할 것인가'라는 개발 중심의 단일한 해법 안으로 주거 문제를 가두어 버렸다. 주거 공공성을 중심으로 임대차 안정과 원주민 재정착을 보장하며 '모든 시민의 주거권'을 증진해야 하는 논의는 사라졌다.

도시는 사적인 곳이 아니라 공공의 공간이며, 자본과 특수한 계층이 아니라 시민 모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그 공간은 시민들의 필요에 응답해야 하는 '권리의 장소'다. 게다가 주거는 상품이 아니라 '적절한 생활 수준을 누릴 기본 권리'이다(세계인권선언 제25조).

권리는 누가 간청해서 받는 시혜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조건 없이 주어지는 인간 존엄의 구체적 실현이다. 이런 당연한 말이 지금은 낯설게만 들리는 '이상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그에게 동자동은 어떤 공간이며, 어떤 마음이 깃든 곳일까?

삶의 공간, 동자동

열세 살 때부터 양동, 도동, 동자동을 거치며 살아온 그는 "도둑질과 살인 빼고는 안 해본 일이 없다"고 말한다. 지금의 힐튼 호텔 아래 동네가 그의 놀이터였다.

미성년자라 여관방 하나 잡을 수 없어 일세를 내고 숙박을 하거나 무허가 여인숙과 천막을 전전했다. 지금의 용산 새꿈공원 일대는 서울성남교회 하나만 빼고 온통 천막촌이었다. 1970년대부터 지금의 쪽방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이곳을 고립되고 더러운 곳이라 생각하지만, 내게는 나름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근거지이자 내 유일한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고향이에요. 늘 '여기서 나가면 죽는다'는 절박한 마음으로 온갖 일을 하며 버텨왔어요."

그에게 동자동은 단순히 빈곤과 결핍의 공간이 아니다. 어린 시절 서울 변두리에서 구두닦이를 할 때부터 동자동의 방범대장이 되기까지, 그가 머문 곳들은 아주 자연스러운 삶의 자리였다. 그럴 수도 없었지만, 집과 땅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그는 쪽방촌이 늘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동네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도 싫어한다. 환자가 생기면 누구보다 먼저 달려와 돌보고 119에 연락도 한다. 워낙 품성이 견실해 자포자기에 빠진 이들에게 항상 눈길이 간다. 삶은 비록 신산하고 팍팍하지만 '여기는 지옥이 아니고 사람 사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동체에서 찾은 삶의 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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