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나 안 먹으나"…전문가들이 말하는 영양제의 불편한 진실
[서울=뉴시스]서이현 인턴 기자 = 루테인부터 밀크시슬, 단백질 보충제까지 널리 알려진 영양제 효과 대부분이 실제로는 근거가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18일 KBS 추적60분은 전문가 3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한림대학교성심병원 가정의학과 박경희 교수는 루테인에 대해 "황반변성 같은 눈 질환이 있는 경우 진행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병원에서 괜찮다고 하면 먹어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먹으면 눈이 좋아지는 효과는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박 교수는 "루테인은 안구 뒤쪽 황반에 있는 색소로 항산화 작용 정도라 황반변성 진행을 늦추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먹는다고 눈이 밝아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책 '건강구독사회' 저자인 정재훈 약사는 밀크시슬을 짚었다. 그는 "밀크시슬이나 실리마린 성분은 술 마시는 행동은 못 고치지만 간 건강을 생각해 챙겨 먹는 경우가 많다"면서도 "음주자의 간을 보호해준다는 연구 결과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 약사는 "영양제는 '도덕적 허가 효과'로 면죄부를 준다"며 "'밀크시슬을 먹었으니 술을 마셔도 되겠지' 하는 심리 때문에 챙겨 먹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승훈 교수는 단백질 보충제를 영양제 형태로 파는 것 자체를 문제 삼았다. 그는 "단백질 보충제까지는 몰라도 이를 영양제로 만드는 것은 굉장히 비과학적인 사업"이라며 "단백질은 먹으면 아미노산으로 분해된다는 기본적인 사실을 만드는 사람이 모르는 건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키 성장에 대해서는 "키를 결정하는 것은 유전이 80%, 환경적 영향이 20%"라고 밝혔다. 그는 "성장호르몬은 저신장 아이들에게 어린 나이에 쓰면 도움이 되지만 단백질이라 매일 피하주사로 투여해야 하는 안타까운 현실이 있다"며 "먹는 성분으로 대체하는 부분은 실질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잘 나와 있다"고 말했다.
건강기능식품의 검증 수준도 도마에 올랐다. 정재훈 약사는 "의약품은 수천 명 대상 연구가 필요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은 1000명 또는 그보다 적은 인원으로도 가능해 근거 수준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녹차 추출물 등 다이어트 성분도 소규모 시험 결과를 근거로 승인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서울대학교병원 신경과 이승훈 교수는 "약리 작용이 확실했다면 진작 전문의약품으로 지정됐을 것"이라며 "영양제는 원래 인체나 음식에 있는 천연 성분이라 해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는 경우 허용해준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작용이 없어 몸에 잘 맞는다고 착각하지만 사실 아무 느낌이 없는 것뿐"이라고 했다.
영양제 의존이 치료를 늦추는 경우도 있었다. 박경희 교수는 "약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영양제를 먼저 시도하다 병을 키워 오는 분들이 있다"며 "당뇨병 약을 거부하고 영양제만 챙겨 먹다 혈당 조절이 안 돼 고혈당 혼수로 응급실에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정재훈 약사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때 스타틴 복용을 두려워하고 보조제를 선택하는 분들이 있다"며 "건강기능식품으로 콜레스테롤을 낮춘다 해도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낮춘다는 근거는 전무하다"고 강조했다.
비타민D는 예외적으로 챙길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승훈 교수는 "실내 생활을 많이 하거나 선크림을 잘 바르는 사람은 비타민D 합성이 안 돼 나이 들어 골절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박경희 교수도 "북반구에 위치한 우리나라 특성상 비타민D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건강하고 식사 잘하는 분들이 예방 목적으로 굳이 찾아 먹을 필요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재훈 약사는 "일반적인 현대인이 영양소가 결핍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많은 사람이 미디어나 유튜브 광고를 통해 '나한테 부족한 게 아닐까' 역추적하며 제품에 흔들린다"고 말했다.
이승훈 교수는 "영양제를 슬기롭게 먹으려면 밥이 우선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며 "건강은 영양제로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oney0116@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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