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위기를, 왜 라이더가 무료배달로 갚아야 하나
올해 배달일은 이제 곧 여름 성수기를 향해 간다. 일이 고된 만큼 단가가 가장 좋을 수밖에 없는 겨울 혹한기. 아무리 껴입어도 손끝이 에고 발끝이 시려, 깔창 핫팩을 갈고 또 갈아도 부족한 날들이었다. 그 성수기에 내가 탄 콜은 최저 단가 2200원짜리였다. 2026년 2월, 낮 12시 7분, 서울 중랑구의 한 김밥집, 0.7km. 다른 주문과 묶어 두 건을 돌고 받은 총액이 6005원이었다.
이란 전쟁으로 고유가가 터진 3월, 라이더가 떠안는 기름값·정비비 부담은 치솟는데 실소득은 급격히 줄었다. 그 위기 한가운데, 부산에서는 최저선 100원이 더 무너진 2100원짜리 콜을 타는 동료가 있었다. 서울의 내 콜과 같은 김밥집 프랜차이즈였다. 라이더들의 희비가 2천 원 단위에서 교차하는 동안, 누군가는 23조 원짜리 인수전을 벌이고 있었다. 그 숫자는 우리에게 별세상 이야기처럼 들린다. 다가올 혹서기엔 또 어떤 아이러니가 기다릴까.
소비자 앱에는 '무료배달'이 뜬다. 라이더 앱에는 2100원이 뜬다. 같은 배달의 양면이다.
쿠팡이츠가 8월까지 일반회원에게도 무료배달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회사는 비용을 전액 부담하며 입점 매장에 추가 비용은 없다고 설명한다. 고유가·고물가 시기 소비를 돕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왜 하필 지금인가.
지난해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탈팡' 흐름이 일었다. 쿠팡이츠는 빠져나간 이용자를 되찾아야 하는 처지다. 동시에 글로벌 플랫폼 우버가 배민 모회사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의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배민 매각설이 이어지고 있다. 배민의 주인이 바뀌기 전에, 우버가 본격 진입하기 전에, 소비자를 먼저 붙잡아야 한다. 경향신문은 이번 무료배달 확대의 배경으로 바로 이 두 가지, 탈팡 회원 회복과 우버 진입 전 점유율 확대를 지목했다. 지난달 기준 월간활성이용자는 배민 2340만 명, 쿠팡이츠 1315만 명. 격차를 좁혀야 하는 쪽은 쿠팡이츠다.
여기에 공정거래위원회 변수까지 겹친다. 공정위는 쿠팡이 와우멤버십에 쿠팡이츠 무료배달을 묶어 제공한 '끼워팔기'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런데 일반회원에게도 무료배달을 풀면, 쿠팡이츠는 "와우회원에게만 묶어 판 게 아니다"라는 방어 논리를 얻는다. 공정위 앞에서는 제재를 피하는 카드가 되고, 시장에서는 배민 추격 카드가 된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다.
정리하면, 이번 무료배달은 소비자를 위한 결정이 아니다. 탈팡 회복용 미끼이자, 우버 진입과 배민 매각 국면의 빈틈을 노린 점유율 승부수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안다. 플랫폼이 흔들릴 때마다, 그 비용의 안전판은 늘 라이더였다. 배민을 보라. 2023년 기본배달료 유지를 약속했다. 그러더니 '한집배달'을 '알뜰배달', '구간배달'로 이름을 바꿔가며 새 요금 체계를 만들었고, 2025년 수도권 기본배달료를 2500원으로 삭감했다. 라이더유니온과 단체협약으로 정한 기본배달료 3000원도 무너뜨렸다. 단협 위반이었다. 우리는 배민을 고발했다.
쿠팡이츠도 다르지 않았다. 이란 전쟁 이후 고유가가 현장을 덮친 3월, 쿠팡이츠 하청사인 쿠팡플러스(쿠플)는 부산에서 단가를 삭감했다. 3월 10일경, 2200원 선이 무너졌다는 제보가 현장에서 올라왔다. 기름값과 정비비 같은 경비는 급격히 오르는데 단가는 거꾸로 내려가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었다. 무료배달을 외치는 플랫폼들이 점유율 전쟁을 벌이는 동안, 라이더의 기본배달료는 배민에서도 쿠팡이츠에서도 똑같이 내려갔다. 삭감은 반복됐고, 현장은 매번 통보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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