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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 되는 풀이라고? 잡초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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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해 되는 풀이라고? 잡초가 전하는 삶의 지혜를 들어보세요

베란다 텃밭에 아기 오이들이 등장했다. 노랗게 꽃이 올라오자 수순처럼 그 아래로 새끼손가락 한마디만 한 오이가 열렸다. 오이가 달리고 머지않아 덩굴손이 뻗어 나와 옆에 꽂아둔 막대기를 휘감았다. 막대기를 단단하게 감아 쥔 덩굴손에서 쓰러지지 않겠다는 오이의 패기와 결의가 느껴진다.

식물의 생장을 가까이서 지켜보다 보면 신비로움을 느끼다 겸허해진다. 때를 놓치지 않고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 성실함과 물만 주었는데도 무럭무럭 자라나는 씩씩함. 작고 여린 존재지만 살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식물의 태도를 보면 상대적으로 커다란 몸을 지니고도 사소한 일에 힘들다고 투정 부리는 인간이라 부끄럽다.

이토록 끈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식물 중 단연 최고는 잡초일 것이다. 여름을 앞두고 나무들이 푸르게 몸을 부풀리는 사이 유독 잡초가 눈에 띄었다. 인도의 틈새뿐만 아니라 외부로 노출된 계단의 모서리나 담벼락 사이에도 보였다. 잡초 생태학을 전공한 식물학자 이나가키 히데히로가 쓴 <전략가, 잡초>(김소영 옮김, 더숲, 2021)를 읽고 있기 때문이다.

잡초, 경쟁을 피해 자유롭게 자란다

원치 않는 곳에 무성하게 자라나 '방해가 되는 풀'을 잡초라고 부른다. 흔하고 하찮은 풀로 여겨지지만, 잡초라고 어디서나 자랄 수 있는 건 아니다. 잡초는 경쟁에 약해 많은 식물이 무성하게 자라는 숲에서는 살아남지 못한다고 이나가키 히데히로는 말한다. 키 큰 식물들에 가려 빛과 양분을 충분히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잡초는 강한 식물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길가나 밭, 하이킹 코스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특수한 장소를 자신의 터전으로 삼는다.

그러니 경쟁을 피해 도망친 나약한 존재일 수 있다. 하지만 잡초는 자신의 힘을 알아 싸우지 않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대신 존재를 걸고 생존을 겨룬다. 흙이 부족한 길가에서, 제초될 위험이 있는 밭에서 자신의 사활을 다툰다. 강인한 식물과의 경쟁은 피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도전하지 않는 건 아니다.

식물에게는 꽃을 피워 씨앗을 남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전략가, 잡초>의 저자는 잡초가 자신의 목적에 있어서는 흔들림이 없기에 어떤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고 씨앗을 맺으려 최선을 다한다고 전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 또한 누구보다 탁월하다.

잡초는 환경을 바꿀 수 없기에 자신을 바꾼다. 중요한 것을 지키기 위해 나머지는 빠르게 타협한다. 크기를 바꾸거나 딴꽃가루받이(타가수분) 식물이 제꽃가루받이(자가수분) 식물로 생활 패턴을 변경한다. 자라는 방식, 씨를 배출하는 시기도 달라진다. 잡초는 목적을 명확히 세우는 대신 목적지로 가는 길을 자유자재로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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