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고기압 '열돔'에 갇힌 한반도…극한 폭염 오늘이 절정
중부권 집중호우가 끝난 13일 한반도를 뒤덮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극한 폭염이 본격화하고 있다.
전날 경북 포항과 경산에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되는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경보가 내려졌고, 곳곳에서는 열대야가 이어진 가운데 이러한 찜통더위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13일 기상청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이번 더위는 이날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전국은 가끔 구름이 많다가 밤부터 차차 흐려지겠지만, 이날 낮 최고기온은 30~37도로 예보돼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낮 최고기온은 △서울 33도 △인천 32도 △춘천 33도 △강릉 35도 △대전 35도 △청주 34도 △대구 37도 △전주 33도 △광주 33도 △부산 31도 △제주 32도 △울릉도·독도 31도 등으로 예보됐다.
특히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낮에는 강한 햇볕과 높은 습도로 체감온도가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밤에도 더위가 채 가시지 않아 곳곳에 열대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기상청은 "당분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최고체감온도가 33℃ 안팎, 중부지방과 전북, 경북권은 35℃ 안팎으로 올라 매우 무덥겠고,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많겠다"고 내다봤다.
앞서 기상청 등은 전날인 지난 12일 경북 포항과 경산에 폭염중대경보를 발효시켰다. 올해 첫 도입된 폭염중대경보가 실제 발령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폭염중대경보는 폭염특보 제도 가운데 일최고체감온도 33도 이상이 2일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표되는 폭염주의보, 35도 이상일 때 발표되는 폭염경보보다 한 단계 높은 최상위 단계다. 일최고체감온도 38도 이상 또는 일최고기온 39도 이상이 예상될 경우 건강한 사람도 온열질환과 사망 등 중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극단적 고온'이 우려될 때 발표된다.
사상 첫 폭염중대경보의 주무대가 된 경북 포항과 경산을 포함한 경북 남부 일대는 높은 산지가 많아 바람이 산을 넘으며 더위가 한층 강해지는 '푄 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산으로 둘러싸인 오목한 분지 지형도 많아 한 번 들어온 열기가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물면서 장기간 더위가 이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기상청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온 자료를 분석한 결과 현재 기준을 적용할 경우 경산시는 연평균 3.1일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국에서 가장 높은 예상치로, 그 뒤를 이은 경기 여주(2.5일), 안성(2.2일), 대구(1.6일)와도 격차가 컸다.
물론 찜통더위는 경북에만 그치지 않고 한반도 전역을 덮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러한 무더위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더운 공기를 잔뜩 품은 고기압이 한반도에 머물며 형성한 '열돔' 현상이다.
현재 한반도의 지상부터 약 5㎞ 상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약 10~12㎞ 상공에는 티베트고기압이 자리하면서 솜이불처럼 두툼하게 한반도를 이중으로 덮고 있다. 고기압권에서는 공기가 하강하면서 단열압축이 일어나 기온이 상승하고, 맑은 날씨로 구름이 잘 발달하지 않아 강한 햇볕까지 더해지면서 극심한 더위가 나타난다.
한국 여름철 날씨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기압계는 북태평양고기압이다. 뜨거운 적도 부근 바다에서 만들어져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북태평양고기압은 매년 우리나라 여름을 고온다습하게 만드는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북태평양고기압이 한층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다. 기상청은 지난 5월 '3개월(6~8월) 전망'을 발표하면서 우리나라의 올여름은 평년(1991~2020년·30년 평균)보다 기온은 높고 강수량은 많을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당시 북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약 1도 높은 것으로 관측됐는데, 바다 온도가 1도 오를 때 대기 중 수증기량도 약 7% 증가해 더욱 덥고 습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 최근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여름철 폭염의 또 다른 원인으로 주목받는 티베트고기압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매년 여름 뜨겁게 달궈지는 티베트 고원의 사막지대에서 형성되는 고온·건조한 티베트고기압은 북태평양고기압보다 더 높은 상층을 지배한다. 두 고기압이 움직이지 않은 채 뜨거운 공기를 가둬 '열돔' 현상을 만들고,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덥고 습한 남서풍까지 유입되면서 열돔 안으로 열기가 계속 공급되고 있다.
다만 이날 오후에는 제주와 중부지방, 일부 남부지방에 비가 내리면서 더위가 일시적으로 누그러질 전망이다. 이날 오후에는 강원 동해안을 제외한 중부지방과 전북에 소나기가, 저녁에는 전남권과 경남서부에도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또 오는 14일에는 그 밖의 지역으로 비가 내리는 곳이 확대돼 밤부터 전국에 비가 내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지역에 소나기가 짧게 내릴 경우 일시적으로 기온은 내려가더라도 비가 그친 뒤에는 습도가 높은 상태에서 다시 강한 햇볕이 내리쬐면서 오히려 체감온도가 더 크게 오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강한 더위가 지속되면서 온열질환으로 인한 인명·건강 피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체감온도가 폭염중대경보 기준인 38도에 이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전체 사망위험은 19%,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은 14% 각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5세 미만에서도 전체 사망위험은 4%, 심혈관질환 사망위험은 7%씩 증가했다.
최근 온열질환자는 빠르게 늘고 있다. 질병청이 전국 520여 개 응급실과 함께 운영하는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누적 온열질환자는 535명으로 집계됐고, 추정 사망자는 2명이었다.
이러한 피해를 예방하려면 물을 자주 마시고 시원한 환경에서 충분히 휴식하며 무더운 시간대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폭염경보가 발령된 지역에서는 논·밭 작업과 건설현장 작업, 체육활동, 야외 행사 등을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냉방이 되는 실내 공간이나 그늘로 이동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한편 가족과 주변 이웃의 안부를 살펴 인명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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