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폭의 산수화 같은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

남원 하면 흔히 춘향과 몽룡의 애틋한 사랑을 떠올린다. 연못 위 오작교가 운치를 더하는 광한루원, 조선시대 신선 사상을 담아낸 정원의 아름다움은 언제 찾아도 예스럽다. 하지만 남원의 매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리산 반야봉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14km의 뱀사골 계곡은 울창한 녹음과
시원한 냉기를 품고 있으며, 고즈넉한 철길이 남아있는 구서도역 영상촬영장은 초록빛 메타세쿼이아 그늘 아래 멈춰 선 시간을 선물한다. 여기에 수국이 한창인 지리산허브밸리까지, 남원은 고전과 자연, 옛 감성이 단정하게 어우러진 도시다.
7월 19일, 이 풍요로운 남원 땅 한쪽에 자리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으로 향했다.
그림을 보지 않아도 좋다, 건물 자체가 한 폭의 산수화
춘향테마파크 내 숲으로 둘러싸인 미술관에 들어서자 생각보다 많은 관람객이 눈에 띄었다. 가족 단위나 단체 나들이객들이 저마다의 속도로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시립 미술관에 개인의 이름을 붙인 까닭이 궁금했는데, 남원 출신의 김병종 작가가 평생의 대표작 400여 점과 도서·자료 5천여 점을 고향에 기증하며 세워진 전원형(田園形)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설명을 들으니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러나 이 미술관의 진짜 첫 인상은 '건축' 그 자체였다. 전시장 한 벽을 가득 채운, 밖으로 향해 있는 커다란 통창은 그대로 액자가 되고, 바깥의 숲과 하늘, 물이 들어차며 실시간으로 변하는 한 폭의 거대한 생진(生眞) 산수화가 완성되었다.
외부의 풍경을 안으로 불러들이는 우리 옛 건축의 '차경(借景)' 미학이 현대적 콘크리트 공간 속에서 완벽하게 안착해 있었다. 솔직히 말해, 굳이 미술관 내부 전시를 보지 않더라도 이 외관과 건물 안 통창으로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남원 여행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경 너머로 펼쳐진 녹음은 도심에 지친 마음에 선명한 안식을 주었다.
50년 예술 여정
운이 좋게도 내가 방문한 날은 임시 휴관 전날이었다. 우연히 들른 길에 아무런 기대 없이 들어섰다가 가슴 깊은 곳에서 일렁이는 큰 울림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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