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 여행 중 본 남편의 눈물에 내가 한 일

그가 운다. 공납금을 내지 못해 쫓겨나 성당 담벼락에 기대어 쪼그리고 앉아 햇빛을 쬐고 있던 어린 시절 국민학생 꼬마. 그 아이를 데려와 그때 참 애썼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같이 눈물 흘리는 시간이다.
지독히도 가난했다. 남편의 집은 인제에서 부자로 살다가 순식간에 기울어 끼니조차 잇기 힘들어졌다. 결국 성당 관사에 임시 거처를 얻어 생활해야만 했다. 이번에 찾은 인제 성당은 그의 아픈 기억을 한순간에 불러왔다.
강원도 인제는 원대리 자작나무숲으로 워낙 유명하고, 강원도 특유의 맛과 여름에도 서늘한 기후 덕분에 피서지로 많이 찾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 인제 여행은 남편의 오래된 아픔, 그 깊은 무의식 속에 남아 있는 어린 소년의 상처를 불러와 마음껏 울게 해 주고, 잘 떠나보내는 것이 목적이었다.
추억과 상처가 교차하는 첫 목적지, 인제 합강
첫 여정은 어린 소년이 하루 종일 물에서 수영하며 놀던 합강이었다. 인제읍 합강 2리에 자리한 인제 합강은 내린천과 설악동에서 내려오는 인북천이 만나 소양강을 이루는 지점이다.
강폭이 넓고 물줄기가 합쳐지는 장관을 볼 수 있는 명승지인데, 양쪽에서 흘러온 물의 온도 차이로 물빛이 확연히 나뉜다. 마치 어린 시절의 그와 현재의 남편과의 색깔 차이 같다.
지금은 합강정이라는 역사적 정자와 함께 매년 향토문화축제인 합강제가 열린다. 합강정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산책로와 휴게소가 잘 마련되어 있고, 번지점프대와 슬링샷 등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우리가 방문한 지난 22일은 장마로 물이 불어 강폭이 꽤 넓었다. 장마철에는 대략 200~300m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강 건너편으로는 넓은 모래톱과 바위, 복숭아밭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수영하다가 배가 고프면 복숭아와 감자를 서리해 먹으며 어린 시절을 보낸 추억이 고스란히 깃들어 있는 곳이었다.
어린 날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인제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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