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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을 앞둔 엄마가 의외로 좋아한 배달 음식

오마이뉴스

무더위에 부모님의 건강이 염려되어 거의 매일 안부전화를 드리고 있다. 매일 하는 통화라서 딱히 할 얘기는 없지만, "더운데 밖에 나가지 마세요"와 "전기요금 걱정하지 말고 에어컨 켜세요" 하는 당부는 꼭 빠뜨리지 않는다.

구순을 바라보는 연세에도 친정 엄마는 건강을 위해서 매일 아침 집 주변을 걸으신다. 심장병이 있는 터라 무더위에 행여라도 쓰러지실까 봐 자식들이 말리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으신다. 지금 정도의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매일 꾸준히 걷고 있는 덕분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에 자식들의 걱정을 잔소리로 여기는 듯하다.

며칠 전, 여느 날처럼 엄마께 전화를 드렸는데 목소리에 기운이 없으셨다. 다음 날이 중복이라서 삼계탕 끓일 닭을 사러 큰 마트에 다녀오셨는데 너무 힘이 든다고 하셨다. "그러길래 왜?..." 내 목소리에 짜증이 밴 걸 느끼셨는지 변명을 늘어놓으셨다. 멀지 않은 곳이었다는 말만 반복하셨다.

엄마는 유난히 절기를 챙기신다. 자식들이 어렸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아버지와 두 분이 사시는 지금도 정월대보름에는 오곡밥을, 동지에는 팥죽을 꼭 직접 해 드신다. 특히 한여름에 세 번이나 있는 복날에도 꼬박꼬박 삼계탕을 끓이신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음식을 챙겨 먹으려는 이유도 있지만, 매 끼니마다 국이나 찌개에 최소한 세 가지 반찬을 상에 올리는 엄마에게는 그런 날 만큼은 저녁 메뉴를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이유가 크게 한몫 한다.

하지만 엄마가 땀 흘린 보람도 없이 마트에 닭이 없어서 사 오질 못하셨단다. 한 번쯤은 삼계탕을 안 먹고 넘어가도 될 텐데 평생 동안 한 번도 거른 적이 없으니 해야 할 일을 못하는 것 같아 무척 찜찜하신 모양이었다. 그래서 꿩 대신 닭이라고, 삼계탕 대신 치킨을 배달 시켜 드리겠다고 했다. 이번에는 물에 들어간 닭 대신에 기름에 들어간 닭을 드셔 보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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