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들어가는 필카, 한여름엔 이게 최고

7월의 한복판 30도를 훌쩍 넘긴 오후, 카메라 가방을 메고 몇 시간씩 거리를 걷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셔츠는 금세 등에 달라붙고, 목을 타고 흐르는 땀은 사진을 찍겠다는 의욕마저 조금씩 녹여버린다.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기듯, 한여름은 사진가의 열정을 너무도 간단하게 지워버린다.
그래서 여름에는 좋은 카메라보다 꺼내기 쉬운 카메라가 더 중요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Olympus XA는 언제나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카메라다. 주머니에 넣고 나왔다는 사실조차 잊을 만큼 작고 가볍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순간만큼은 결코 가벼운 결과를 내놓지 않는다.
포켓 속에 들어간 사진가의 욕심
올림푸스는 작은 카메라를 만드는 데 유난히 뛰어난 회사였다. 하프프레임의 전설이 된 PEN 시리즈가 있었고, 디지털 시대에는 뮤(mju:) 시리즈가 있었다. 그 사이에 필름 사진가들이 지금도 가장 많이 이야기 하는 XA 시리즈가 존재한다.
XA 시리즈는 총 다섯 가지 모델로 출시됐다. 배터리 없이 사용하는 XA1, 가장 많이 판매된 XA2, DX 코드를 읽는 XA3, 광각과 접사에 특화된 XA4. 그리고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리지널 XA. 겉모습은 거의 비슷하지만, 내부는 전혀 다른 카메라다.
1979년, 올림푸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마이타니 요시히사는 당시로서는 믿기 어려운 카메라를 세상에 내놓았다. 손바닥보다 작은 35mm 카메라, 게다가 렌즈 캡조차 필요 없는 슬라이딩 커버 구조였다.
커버를 밀면 렌즈가 나타나고 전원이 켜진다. 닫으면 자동으로 렌즈가 보호된다. 지금 봐도 세련된 구조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혁신적인 설계였다. 덕분에 주머니 속에서 실수로 셔터가 눌려 검은 사진만 남기는 일도 거의 없다. 이 작은 배려 하나만으로도 XA는 '매일 들고 다니는 카메라'가 될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
XA 시리즈 가운데 오리지널 XA만이 가진 가장 큰 특징은 이중합치식 거리계(Rangefinder)다. 뷰파인더를 들여다보면 가운데 작은 사각형 안에 두 개의 상이 보인다. 하나는 선명하고, 다른 하나는 살짝 어긋나 있다. 렌즈 옆의 작은 레버를 움직이면 두 개의 상이 천천히 하나가 되고, 완전히 겹쳐지는 순간 초점이 맞는다.
전체 내용보기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